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을 정규시즌 9위로 마쳤다. 타선이 홈런 8위(101개)에 그치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시즌을 마친 후 이승엽 감독을 선임한 두산은 새 코치진의 첫 단추로 타격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김한수 수석 코치와 고토 고지 타격 코치는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의 '왕조' 시기 타선을 막강하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탰던 이들이다.
특히 고토 코치는 2018년 두산을 ‘역대급’ 타선으로 만드는 데 공헌했던 '유경력자'다. 당시 두산은 팀 타율 0.309를 비롯해 팀 안타(1601개), 득점(944점), 타점(898점), 장타율(0.486), 출루율(0.376), OPS(출루율+장타율. 0.862)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일지라도 재료가 없다면 마법을 부릴 수 없다. 4년이 흐르는 사이 두산의 선수 구성은 크게 바뀌었다. 양의지·오재일·최주환·박건우 등은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했다. 팀에 잔류한 김재환, 허경민, 김재호, 정수빈의 기량도 이전만 못 하다. 특히 4년 115억원을 받고 재계약했던 김재환이 타율 0.244 23홈런으로 부진했다. 타격 페이스가 다소 늦게 올라왔고, 앞뒤로 받칠 타자가 없어 집중 견제에 고전했다.
마무리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토 코치는 “일본프로야구(NPB)로 돌아간 후에도 허경민, 김재환, 정수빈 등 당시 주전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된다”면서도 “당시 김재환이 활약한 건 5번에 양의지라는 좋은 타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팀에 홈런 타자들만 있으면 작전이 필요 없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팀 상황을 봐도 그렇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야구는 베이스 네 개를 모두 밟아야 점수가 나는데 아웃 카운트는 세 개밖에 없다. 그 아웃 카운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두산의 키 포인트"라며 작전 야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전 야구만으로 정상으로 노리기는 쉽지 않다. 올 시즌 리그 정상을 두고 다툰 SSG 랜더스(138홈런·1위)와 LG 트윈스(118홈런·3위)는 모두 장타력이 막강했다. 두산 역시 2018년 양의지처럼 5번 타순에서 김재환을 받쳐줄 장타자가 필요하다. 최적의 조각은 단연 양의지다. NC 다이노스와 4년 계약 동안 타율 0.322 103홈런 397타점을 기록한 그는 올겨울 다시 시장에 나온다.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을 통해 "포수 보강을 구단에 요청했다"고 밝힌 만큼 두산이 양의지 쟁탈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콘택트와 장타를 겸비했고 공·수에서 노련함까지 갖춘 양의지가 합류한다면 타선 전체의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
해결책은 두산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두산에 5번 타자 역할을 해줬던 건 양석환이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8개 홈런을 쳤으나 올 시즌(20홈런) 성적이 떨어졌던 그의 분전이 필요하다. 데뷔 후 첫 10홈런을 친 '만년 유망주' 강승호나 막판 존재감을 보여준 김민혁의 역할도 필요하다.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양석환은 스윙 때 손이 빠르게 나가는 스타일이라 유인구에 당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어차피 차자는 직구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다. 석환이는 몸쪽 공과 높은 코스에 강점이 있는 타자니 그 강점을 잘 살리면 된다. 강승호, 김민혁 등도 이제 함께 자리를 잡아야 두산의 장타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