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 제공 1년 전 방출 선수였던 LG 트윈스 투수 김진성(37)이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권리를 행사한다. 그는 "(거취와 관련해) 조금 불안한 심정이나,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김진성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그는 고심 끝에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의 방을 두드렸다. 김진성은 "내가 힘들 때 받아준 구단이다. 무턱대고 FA를 신청할 수 없어 면담을 신청했다"며 "이 자리에서 감사 인사도 드렸다"고 밝혔다.
방출의 설움을 세 번이나 겪었기에 그에게는 감격스러운 권리 행사다. 김진성은 2004년 SK 입단 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06년 방출됐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역시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채 짐을 쌌다. 김진성은 2011년 입단 테스트를 거쳐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입단, 서른 살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4년 25세이브를 올렸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리는 등 2017년에는 중간 계투로 10승을 올리는 등 전천후로 활약했다.
1년 전 이맘때 그의 신분은 방출 선수였다. NC는 2021년 2승 4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7.17을 기록한 그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30대 후반 나이에 실직한 김진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9개 구단 단장이나 감독, 코치, 스카우트에게 직접 연락했다. 김진성은 "다들 '너 정도 커리어(470경기 32승 32패 67홀드 34세이브 평균자책점 4.57)라면 영입하겠다고 연락하는 팀이 있을 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 딱 한 명, 차명석 단장이 손을 내밀었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LG에 둥지를 틀었다.
김진성은 올해 추격조로 시작해 필승조로 올라왔다. 총 67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정우영과 함께 팀 내 등판 1위. 그는 "1년 전 '날 뽑아준 LG 구단이 욕먹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다른 인기 많은 FA 선수들과 내 입장은 다르다. 조금 불안하다"고 했다. 주변에서 FA 신청을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평생 한 번뿐인,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FA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진성은 "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FA 계약에 성공하면 나보다 힘든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10~11월에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선수를 보면 안타깝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일러준다"며 "내 나이대 시련 겪은 선수들의 심정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LG에 와서 내 야구 인생이 새로 시작됐다.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에서 뛰며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며 "LG에 남는 것이 최우선이다. 단장님께도 'LG에 남아 오래 뛰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LG도 유강남·채은성과 FA 협상에 집중한 뒤 "김진성과 대화해 붙잡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