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386승을 거둔 '야신' 김성근(80) 감독이 사령탑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국민 타자'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감독과 만났다.
김성근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했던 지도자다. 김응용 전 한화 이글스 감독(통산 1554승)에 이은 KBO리그 최다승 2위를 기록했고, SK 와이번스 시절 세 번의 우승을 거두면서 '야신'이라는 별명을 확고히 했다. 한화 감독에서 물러난 2017년 이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고문으로 일했던 그는 최근 귀국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로 자신의 무대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의 전임자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었던 인물이 이승엽 감독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사제의 연을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국민 타자'로 활약한 후 2004년 일본에 진출했으나 첫해 부진에 빠졌다. 이듬해 김성근 감독이 롯데의 코디네이터로 부임하면서 이 감독의 훈련을 책임졌다. 겨우내 하루 2000번씩 스윙한 끝에 시즌 30홈런을 기록했고,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날리며 롯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일본 리그에 적응한 이 감독은 이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롯데에 남은 김성근 감독도 정식 코치로 부임해 NPB 커리어를 쌓았다.
두 감독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최강 몬스터즈'의 연습 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무대가 예능으로 바뀌어도 김성근 감독의 야구관은 여전했다. 그는 "프로야구 감독할 때보다는 재밌다.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이 프로에서 뛰어도 될 만큼 아직도 열정을 지니고 있다. (프로팀이) 그들을 너무 쉽게 은퇴를 시킨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LG 트윈스 선수 시절인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김 감독과 다시 만난 박용택 해설위원은 "얼마 전 출연자들끼리 '우리가 그 정도 플레이를 해낼 수 있으면 아직도 프로야구 선수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예능에서도) 돈 받고 야구하는 것 아니냐. 돈 받고 야구하면 프로'라고 하셨다"며 팔순의 나이에도 한결같은 김 감독의 가르침을 전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난 스승과 달리 이승엽 감독은 첫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9위에 머무른 두산은 최근 마무리 훈련으로 선수단을 담금질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한 달 동안 힘든 훈련을 잘 견뎌줬다. (너무 열심히 해서 선수들을) 말리고 싶을 정도였다"며 "비활동 기간에도 코치진, 프런트와 자주 대화하며 2023시즌을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마무리 훈련이 끝났지만, 내년 2월 1일 스프링캠프 전까지 선수들이 그동안 다진 몸과 마음을 더 견고하게 해야 한다. 비활동 기간에 (나태함과) 타협하지 말고 목표한 훈련을 잘 소화했으면 한다. 그 시간을 잘 견디면 일취월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선수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했다. 내가 직접 봐야 정규시즌에 적절하게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나라 야구의 지도 방법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승엽 감독, 박진만 삼성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이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한다. 원점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편하게 야구하면 아쉬움이 부족해진다"며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은 모두 커리어와 의식이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지도자로 성장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택 위원도 "(나이가 들어) 감독님 훈련을 모두 따라가긴 어렵다. 지도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어떤 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를 옆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어떻게 하면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지 옆에서 같이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