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36·KT 위즈)가 LG 트윈스 이재원(23)을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었다.
박병호는 지난 17일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6번째 홈런 타이틀(35개)을 수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2년(2020~2021) 동안 부진을 털고 30홈런을 넘어선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되찾은 자신감을 동력 삼아 다시 한번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한국야구 홈런왕 계보를 잇는 박병호에게 "다음 세대 홈런왕 후보를 뽑아 달라"고 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홈런만 봤을 때는 이재원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재원은 2020~2021시즌 연속 퓨처스(2군) 북부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파워를 증명했다. 올 시즌은 1군 85경기에 출전해 홈런 13개를 때려냈다. 비거리 130m 이상의 타구만 5개였다. 탁월한 신체 조건(키 1m92㎝·몸무게 100㎏)에 걸맞은 괴력을 뿜어내는 그는 '잠실 빅보이'로 통한다.
이재원의 자질을 인정한 박병호는 선수와 팀이 적절한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홈런왕을 하면서 3할 타율까지 기록하긴 어렵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진 3개를 당하더라도 홈런 1개, 안타 1개를 목표로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단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는 평소 "나는 홈런을 쳐야 하는 타자"라고 말한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높은 타율보다 더 많은 홈런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말한 '1홈런·3삼진'은 타율이 낮고 삼진 많이 당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스윙을 해야 홈런 타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국야구는 '젊은 거포'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2022시즌 홈런 부분 5걸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10위까지 범위를 넓혀도 9위(23홈런)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했다. 2021시즌에도 홈런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선수는 최정·나성범·양의지·한유섬 등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들이었다.
잠재력을 보여준 선수는 꽤 많았다.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홈런 14개를 치며 이대호(은퇴)의 후계자로 기대받았다. KIA 타이거즈 오른손 거포 유망주 황대인(26)도 14개를 때려냈다. 입단 3년 차 전의산(SSG 랜더스)도 6~7월 출전한 36경기에서 8개를 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원도 그중 한 명이다.
박병호는 "이재원 선수와 개인적으로 대화도 많이 나눴다.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좋겠다. 경기 경험이 더 쌓이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담장을 쉽게 넘기는 선수가 될 것이다. 염경엽 감독님이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만큼 뭔가 새로운 게 생길 거라고 본다"고 덕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