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월 트래킹 데이터 통합 시스템 사업자 선정을 진행했다. 메이저리그(MLB)가 사용하는 공식 기기 호크아이를 비롯해 그 전 단계에서 썼던 트랙맨, 현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활용하는 PTS 등이 경쟁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건 트랙맨이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록 협상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KIA 타이거즈는 참여하지 않은 9개 구단만 트랙맨과 계약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최신 기술이자 MLB 공인 시스템인 호크아이가 선정되지 않은 것에도 물음표가 따른다.
먼저 호크아이가 선정되지 않은 데에는 국내 총판 업체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A구단 관계자는 "호크아이 측은 사실상 1인이 운영하는 국내 업체다. 경기 정보 프로그램, 해외리그와의 데이터 교류, 구장별 구조 기초 조사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비판했다. B구단 관계자는 "선정 직전까지 과반수 구단이 호크아이를 선호했는데 최종 PT(프레젠테이션)에서 국내 업체가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또 최종 PT 한달 전 구단 측에서 2군 구장에 기기 설치 여부를 질문했다. 그런데 최종 평가일까지 호크아이 측은 단 한 개 구장도 실사하지 않았고, 구글 지도상 (설치 여부를) 확인했다는 답변만 남겼다"고 전했다.
C구단 관계자는 트랙맨 선정의 이유로 적은 기술력 차이와 비용을 꼽았다. "MLB를 자주 접해본 이라면 트랙맨에서 호크아이로 바뀌어도 스탯캐스트 수치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도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신 호크아이는 야수 움직임, 배트 트래킹(스윙 스피드 측정)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면서도 "고사양 옵션이라 비용이 더 많이 요구된다. 광주구장을 제외한 8개 구장 및 2군 구장에 설치비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호크아이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구단은 현재 KIA뿐이다. 지난 1월 호크아이와 장기계약을 맺은 KIA는 트랙맨과 계약하는 통합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랙맨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구단에 도입됐지만, KIA는 플라이트스코프, 호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 등 타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KIA 관계자는 "플라이트스코프는 트랙맨과 똑같이 레이더 기반이지만 정확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계약했다고 들었다"며 "호크아이는 광학 카메라를 사용해 장점이 훨씬 많고, 수비와 주루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플라이트스코프는 KIA가 독점적으로 사용했던 기기가 아니다. 당시 많은 홍보가 이뤄졌고 타 구단도 사용했으나, 정확도가 떨어져 포기한 사례도 있다.
야구 데이터의 핵심은 샘플 사이즈인데 KIA는 홈구장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 KIA 선수들의 데이터가 적은 건 물론 1년에 8경기만 방문하는 원정 팀의 데이터는 극소수만 수집할 수 있다. KIA는 이 부분도 감수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원천 데이터(raw data)가 더 많이 축적될수록 통계가 정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리그 720경기 중) 홈 72경기만 사용한다. 데이터가 제한적이라 불리한 점은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원하는 양질의 영상 기반 데이터를 뽑을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다"고 답했다.
통합 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KIA의 움직임이 불만이다. KIA가 리그 차원 논의에서 벗어나 행동하면서 통합 사업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A구단 관계자는 "통합 시스템 논의를 깊게 나눴던 건 2021년 말이다. 그런데 KIA는 그 후 독단적으로 호크아이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KBO도 이를 나중에야 확인했다"며 "KIA를 제외하면 통합 시스템을 공식 기록으로 삼기 어려워진다. KIA가 호크아이 측정 데이터를 공유해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B구단 관계자도 "미참여 구단이 있으면 로 데이터 공개가 어려울 것 같다. 1개 구단이 공개하지 않으면 다른 9개 구단이 공개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C구단 관계자는 "박병호(KT 위즈)의 타구 데이터 기반 기대 타율(xAVG)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광주 구장 데이터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 광주 경기에서 박병호가 친 안타는 무조건 100% 안타가 되는 타구로 처리하고, 안타가 되지 않은 타구는 안타 확률 0%로 처리해야 한다. 일반 기록을 측정 데이터마냥 가져다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KIA 관계자는 "호크아이와 계약한 건 통합 데이터 사업 이야기가 구단에 전해지기 전이었다. 그전까지 KBO에서 통합 데이터 사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나눴던 논의들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결정했다는 해명이다. 향후 사업 참여에 대해서도 "KBO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문의가 온 건 없다. 구체적인 요청이 와야 (데이터 제공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KBO 관계자는 "아직은 협상이 난항 중"이라고 전했다. B구단 관계자는 "KBO가 2일까지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벌써 지나갔다. 2023년도 예산을 다 짜 놨는데 엎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트랙맨 총판을 맡은 스포티스틱스 관계자는 "내년 실행을 목표로 계속 협상 중이다. 금주 내로 결론짓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