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은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 V리그 여자부 홈 현대건설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7-25, 26-28, 20-25)으로 졌다. 이로써 V리그 여자부 개막 최다 15연패에 빠졌다.
이날 맞붙은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페퍼저축은행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다. 개막 후 최다연패 불명예 신기록 중인 페퍼저축은행과 달리 현대건설은 개막 후 최다 연승 행진을 신바람을 타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 시작과 동시에 7점을 연속 내줘 분위기를 뺏긴 끝에 17-25로 졌다. 2세트는 12-1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6점을 뽑아 역전에 이어 18-14까지 여유 있게 앞서갔다. 하지만 20-17에서 결국 역전을 허용했고, 듀스 접전 끝에 26-28로 무릎을 꿇었다. 3세트는 한 번의 리드도 잡지 못하고 끌려다닌 끝에 졌다.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창단해 곧바로 V리그에 뛰어들었다. 팀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내홍을 겪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개막 6번째 경기에서 창단 첫 승을 기록했다. 이어 4라운드와 5라운드서 각각 IBK기업은행, 흥국생명을 한 차례씩 물리치고 3승 28패(승점 11)로 시즌을 마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세터 이고은을 FA(자유계약선수) 영입했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두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해 각각 미들블로커(센터) 염어르헝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니아 리드를 뽑았다.
김형실 전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개막에 앞서 "이번 시즌 목표는 10승"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아웃사이드 히터 지민경과 미들 블로커 하혜진 등 팀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 여파로 시즌 전 이탈했다. 미국 국가대표 출신 리드는 공격종합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다. 백업 선수층의 기량 부족으로 매 경기 막판 급격한 체력 저하를 노출하고 있다. V리그 두 번째 시즌에도 험난한 승부가 점쳐졌지만, 이 정도로 처참하게 맥없이 무너질 줄 몰랐다.
결국 김형실 감독은 개막 10연패를 당한 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면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끈 김 감독은 "이대로 가다간 20연패가 나오고 선수들에겐 열등감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했다"며 떠났다. 이경수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페퍼저축은행은 5경기 모두 졌다.
페퍼저축은행의 이번 시즌 유일한 승점은 11월 6일 인삼공사전 2-3 패배에서였다. 이미 개막 최다 연패(종전 현대건설 11연패) 불명예 기록을 경신했다. V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연패(2012~13시즌 KGC인삼공사 20연패)에 근접하고 있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선두 현대건설(승점 38)과 페퍼저축은행의 승점 차는 37점이나 벌어졌다.
향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오는 23일 GS칼텍스를 상대하고 28일 IBK기업은행, 31일 한국도로공사와 연달아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