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연구소 건립을 본격화한 가운데, 연구소가 들어설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원효로 사옥을 현대차 AAM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바꿀 예정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미 해당 부지의 철거가 시작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효로 사옥의 AAM 연구소 건립은 이미 2021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며 "최근 본격화 됐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원효로 사옥은 도심형 미래연구소로 탈바꿈한다. 이곳은 기존 현대차 원효로 서비스센터가 위치했던 만큼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건축물 규모는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6만7000㎡(약 2만평)이며 주차대수는 400대다.
원효로 사옥은 넓은 면적 외에도 지리적 이점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도는 강변북로와 직접 연결되며 인도는 한강공원과 이어져 있어서 장기적으로 AAM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AM사업부는 이곳에서 비행체 개발과 관련 시험과 운용 및 관리는 물론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 등도 맡는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즈를 기획하고 제휴하는 등 AAM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A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서울 양재동 본사와 남양연구소 등지에 흩어져 있는 국내 AAM사업부문을 이곳으로 통합·이전시킨 상태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원효로 사옥 개발로 미래를 도모하는 동시에 그룹 상징성과 역사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원효로 사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처음 출근한 곳으로 그룹 내에선 상징성 있는 공간으로 분류된다. 정 명예회장은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 부품과 과정으로 처음 그룹업무에 나섰다. 당시 서울사무소가 지금의 원효로 사옥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현대차그룹 통합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지어지고 있지만, 한 때 원효로 사옥이 통합사옥 유력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른바 ‘W프로젝트’라 명명된 사업이다. 과거 현대차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일대에 GBC 건립을 추진했다.
각종 난관에 부딪히자 대안으로 원효로 사옥 부지에 통합사옥 건립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TF가 구성됐는데, 당시 TF명칭이 W프로젝트였다. W프로젝트는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현 GBC부지(삼성동 167번지)를 10조5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원효로 사옥은 사실상 방치됐다. 현대차 주관의 행사가 몇 차례 치러졌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라는 원대한 꿈을 키웠던 원효로 사옥이 그룹의 미래산업 거점으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이번 재개발로 현대차의 AAM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