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에릭 테임즈(37)는 왜 KBO리그에 재입성하지 못했을까.
테임즈는 16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지난 14년 동안 야구를 내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며 시원섭섭한 심경을 전했다.
테임즈가 KBO리그에 남긴 발자취는 대단하다. 2014년 NC 다이노스와 계약, 첫 시즌 타율 0.343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0.381 47홈런 140타점으로 더 강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한 시즌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를 두 번이나 해냈다. 그 결과 리그 MVP(최우수선수)까지 수상했다. 2016년 2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한 그는 시즌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 KBO리그를 떠났다. 통산(3년) 성적은 타율 0.349(1351타수 472안타) 124홈런 382타점. 메릴 켈리(전 SK 와이번스·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KBO리그가 역수출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테임즈는 2020년 12월 일본 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조건은 1년, 연봉 120만 달러(15억원). 하지만 4월에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NPB 데뷔전에서 수비 중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오른 아킬레스건 힘줄이 파열된 것이다. 5월 초 미국에서 수술 후 재활 치료를 진행했는데 요미우리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직전 시즌 재팬시리즈에서 4전 전패로 탈락한 요미우리는 테임즈의 복귀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몸 상태를 어느 정도 끌어올린 테임즈는 2021년 중반부터 KBO리그 복귀설이 돌았다. NC 구단의 테임즈 관련 선수 보류권은 2021시즌까지였다.
당시 KBO리그는 코로나 탓에 외국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따랐다. 선수 생명을 좌우할 큰 부상(아킬레스건 힘줄 파열)을 당했지만 3년 동안 보여준 임팩트를 고려, 그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체크한 구단도 있었다. 결론은 '불가'였다. 부상 이력을 고려하면 외야 수비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명타자로 활용하기엔 과거의 활약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따랐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도 부정적이었다. 당시 한 구단 스카우트는 "과거엔 팽이처럼 몸을 팍 돌리면서 타격을 했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아킬레스건 부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임즈는 지난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에서 타율 0.274(84타수 23안타)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콜업 없이 시즌을 마쳤고 결국 고심 끝에 은퇴를 선택했다. 그는 '은퇴 고민부터 NC와 계약까지, 이 모든 일이 2013년 며칠 사이에 일어났다. 내가 이렇게 한 나라와 빠르게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다. 확실히 KBO에서 경기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을지도 전혀 몰랐다'며 '여러분들이 응원할 모든 이유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나와 다이노스를 포용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어떤 KBO팀을 응원하시든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 자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나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해달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