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 잘해야겠네요."
메이저리그(MLB) 진출 후 첫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목소리에는 담담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김하성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첫 전체 훈련에 참여했다.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참여하느라 미국 애리조나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던 그와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일 입국해 이날 처음으로 대표팀과 훈련을 함께 했다.
김하성은 대표팀 단골 야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17년 WBC를 시작으로 2019년 프리미어12까지 네 차례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와 메이저리그(MLB) 진출로 태극마크와 멀어졌다가 4년 만에 WBC로 돌아오게 됐다. 유일하게 메이저리거 참가를 허용하는 대회에 당당하게 샌디에이고의 주전 내야수로 참가하게 됐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다.
김하성은 2일 훈련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몇 년 만에 고척에서 훈련하게 돼 기분이 좋다. 홈그라운드로 온 것 같다"며 "한국말로 대화가 되는 부분도 좋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 있어 편하다. 키움 히어로즈 때 동료들을 제외하면 (양)의지(두산 베어스) 형이 가장 반가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이번 대표팀 수비의 핵이다. 그는 지난 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의 수비 공백을 완전히 메우고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키스톤 콤비 파트너인 에드먼 역시 2021년 골드글러브를 탄 역대급 수비수다. 수비와 투수력을 중시하는 이강철 감독은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 든든함을 느낀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단단한 내야 수비를 펼칠 수 있게 됐다. MLB닷컴은 두 사람에 대해 "이번 대회 최강의 수비 라인이 될 수 있다"는 극찬까지 남겼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칭찬이지만, 김하성은 담담하게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김하성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 잘해야겠고,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에드먼과 내가 더 많은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다면, 우리 팀 투수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도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하성은 '스타군단' 샌디에이고의 일원이다. 매니 마차도와 후안 소토(이상 도미니카 공화국) 그리고 잰더 보가츠(네덜란드) 모두 각 대표팀의 중심 타자들이다. 김하성이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과 만나려면 최소 4강 이상에 올라야 한다. 김하성은 "동료들과는 '결승에서 보자'는 식으로 웃으면서 얘기했다. 서로의 팀 전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고, 장난을 섞어가며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