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 투‧타 겸업으로 21세기의 야구를 흔든 오타니가 일장기를 단 것만으로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6일과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는 정규시즌 이상으로 야구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과 일본 WBC 대표팀이 일본 구단과 차례로 평가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오에 시작하는 한국 경기에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교세라돔 바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일본 야구대표팀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부터 팬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이내 200m 이상으로 길어졌다. 급기야 안전요원이 나서 대기 줄을 통제했다. 기념품 판매대 가까운 곳에 수십 명이 쇼핑할 수 있도록 하고, 뒤로 긴 줄을 세운 것이다.
마치 백화점 명품 매장 같았다. 매장에서 팬들이 안전하게 물건을 고르도록 하니 밖에 긴 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은 건 오타니의 굿즈였다. 한 관계자는 “오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오타니 관련 상품은 다 팔렸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들과 자국의 스타들이 모인 일본 대표팀에서도 오타니의 인기와 위상은 ‘넘사벽’이다. 미국 캠프에서 지난 1일 일본으로 이동했을 때 그가 탄 전세기 비용은 1000만엔(약 1억원)이었다.
일본 대표팀의 평가전은 오후 6시에 시작하는데, 팬들은 오전부터 모여들었다. 경기장 곳곳에는 “현장 표가 매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경기 전 훈련 때 오타니가 들어서면 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가 짧은 간격의 배팅 프랙티스를 마칠 때마다 열심히 박수를 쳤다.
오타니는 6일 한신 타이거즈와의 평가전에서 놀라운 ‘쇼타임’을 만들었다. 1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3회 한신 선발 사이키 히로토로부터 역전 3점포를 터뜨린 것이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오른 무릎을 꿇은 자세로 퍼올리는 묘기였다.
오타니는 4-1로 앞선 5회 왼손 투수 도미타 렌의 직구를 받아쳐 중월 솔로포를 때렸다. 교세라돔은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오타니는 WBC 사무국을 통해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 제대로 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좋은 스윙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겸손한 코멘트와 놀라운 퍼포먼스는 그가 어떤 괴물인지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