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태그되고 있다. 비디오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됐다. [연합뉴스]
기본기를 잃은 한국 야구가 자존심을 구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B조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을 7-8로 패했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 모두 첫 경기 패배 후 1라운드 탈락했던 한국 야구는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10일 일본전을 패하면 조 2위까지 가능한 8강 진출 여부가 사실상 좌절된다.
결과만큼 과정도 기대 이하였다. 야구대표팀은 5회 말 1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걸어나가기 전까지 퍼펙트로 호주 마운드에 끌려갔다. 0-2로 뒤진 5회 말 2사 후 터진 양의지의 극적인 스리런 홈런으로 분위기를 전환했지만, 곧바로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왔다. 양의지 다음 타자로 나온 나성범이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간 뒤 견제사로 아웃된 것이다. 역전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전에 공수가 바뀌었다.
경기 후반에는 더 황당한 플레이가 나왔다. 4-5로 뒤진 7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한 강백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단숨에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장타였지만 강백호는 2루를 밟은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다이닝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강백호를 태그했다. 원심은 세이프였지만 호주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 결과가 바뀌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경기 뒤 본지와 통화에서 "5회 말 양의지의 스리런 홈런 이후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7회 말 강백호(KT 위즈)가 2루에서 어이없이 아웃당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며 "대표 선수라고 보기엔 조금 아쉽고, 창피할 정도의 플레이였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끊어놨다. 야구는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경기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경기 초반 타선 침묵과 견제사, 주루사를 비롯한 어이없는 플레이가 반복되면서 패배로 가는 과정이 더욱 뼈아팠다. 야구대표팀은 호주와 체코, 중국을 상대로 최소 3승을 거둬 조 2위를 차지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였다.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의 전력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주전 패배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호주전 패배로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냉정해졌다. 기본기를 잃은 플레이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