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에 처음 오른 '야구 변방' 체코가 첫 경기서 중국을 상대로 9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체코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본선 1라운드 B조 중국전에서 8-5로 승리했다. 지난 9월 유럽 예선 패자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3-1로 꺾고 처음으로 WBC 본선 진출권을 따낸 체코는 첫 경기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체코는 4-5로 뒤진 9회 초 1사 2, 3루 찬스에서 마르틴 무지크가 바뀐 투수 주권(KT 위즈)의 초구 시속 126㎞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2사 후엔 2루타와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체코의 야구 인구는 약 7000여명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 놀랍다. 전업 선수가 드물다. 주축 투수 마틴 슈나이더는 소방관, 루카스 에콜리는 체코야구협회 홍보 직원 겸 국가대표팀 매니저다. 아르노스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 페트르 지마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파벨 하딤 감독은 신경과 의사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한 명을 제외한 29명이 자국 리그(엑스트라리가)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WBC 본선 진출을 위해 똘똥 뭉쳤고,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체코는 중국전에서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했다. 수비 짜임새가 좋았고, 호수비도 선보였다. 홈런 2개, 2루타 2개 등 장타력도 과시했다.
마운드도 탄탄했다. 5회까지 중국 타선에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세 번째 투수 미할 코발라가 3분의 2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흔들려 역전을 허용했을 뿐 나머지 투수는 호투했다.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투수 다니엘 파드삭은 10일 중국전에서 49개의 공을 던져 한국전에 등판 가능하다. WBC는 1라운드에서 투수가 50개 이상 공을 던지면 4일간 휴식해야 한다.
두 번째 투수 마틴 슈네이더 역시 49개의 투구 수에서 끊었다. 체코 리그의 오타니로 통하는 슈나이더는 자국 리그 통산 타점·홈런 10걸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필립 캡카, 루카스 에르콜리, 토마스 뒤펙 등이 선발 자원으로 분류된다.
타선에서도 경계할 선수가 있다. 중국전에 4번타자·포수로 나선 마틴 체르반카는 마이너리그 통산 617경기에서 타율 0.235 43홈런 59타점을 기록했다. 2번타자·2루수로 나서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에릭 소가드는 빅리거 출신이다. 수비형 내야수로 주로 백업으로 뛰었지만 통산 815경기에 출전했다. 2019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110경기에 출전, 타율 0.290 13홈런을 기록했다. '어머니의 나라' 체코의 시민권을 획득해 이번 WBC에 나섰다.
체코는 우리와 같은 B조에 속해 있다.
호주와 일본에 연속 패한 한국은 12일 낮 12시 체코와 3차전을 갖는다. 반드시 체코를 상대로 승리해야 실날같은 8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