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 K리그1 '4강 후보'였다. 지난해 4위에 오르며 창단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고, 신진호와 제르소(기니비사우) 등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품으며 전력까지 강화했기 때문이다. 구단 새 역사를 쓴 조성환 감독의 지도력에, 지난해보다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 속 인천은 가장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인천의 행보는 4강 후보와는 거리가 멀다. 1승 1무 2패(승점 4)로 순위는 7위. 개막 3경기 만에 제주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한 게 유일한 승리였다. 대전하나 시티즌과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고, FC서울과 광주FC엔 무릎을 꿇었다. 대전과 광주는 이번 시즌 승격팀들이다.
가장 큰 고민은 수비다. 4경기에서 10실점,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전 2실점, 대전전 3실점에 이어 광주전에선 악몽같은 5실점을 당했다. K리그 승격팀 역대 최초의 정규라운드 5-0 대승의 '제물'이 됐다.
지난 시즌 실점 수가 4번째로 적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인천은 올 시즌 수비지역에서 인터셉트, 클리어링 횟수가 모두 리그 최하위권이다. 지난 시즌엔 인터셉트 6위, 클리어링은 1위였다. 후방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스란히 위기로 이어지는 장면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조성환 감독은 델브리지(호주)와 오반석을 백3의 양쪽에 두고, 김동민 또는 권한진을 중앙에 배치하는 것으로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동민이 퇴장 징계로 빠진 자리를 권한진이 최근 2경기 동안 메웠다. 윙백엔 김도혁과 정동윤(민경현)이 서고, 신진호와 이명주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게 인천의 최근 라인업이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2골 이상 실점, 특히 광주전에서 무려 5골이나 실점한 건 특정 선수의 부진을 넘어 팀 전체적인 수비 집중력과 전술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수비수의 약점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고, 지난 시즌의 연장선에 가까운 전술의 틀도 상대팀 입장에선 분석이 끝난 모습이다.
수비에 가려졌을 뿐 공격 역시도 아쉬움이 크다. 에르난데스(브라질) 음포쿠(콩고민주공화국)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잇따라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으나, 팀 득점 5골 중 3골이 1경기에 몰아서 나왔을 뿐 남은 3경기에선 빈공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방은 물론 중원과 윙백 등 전방위에 걸쳐 공격 전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했던 흐름 속 찾아온 A매치 휴식기는 어쩌면 반가운 일이다. 팀 분위기는 물론 수비 안정화나 공격 다변화 등 공수에 걸친 재정비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전 의존도가 컸던 만큼 선발진 구성에 과감한 변화도 고민해 볼 수 있다. 4강 후보로 꼽힐 정도로 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빠르게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다면 금세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구단과 팬들의 기대다.
구단 한 관계자는 “선수단은 재충전을 끝내고 22일부터 다시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실점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조성환 감독도 가장 시급한 수비 전술을 세분화하고 가다듬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동시에 공격 전술의 다변화도 준비하면서 휴식기를 보낼 것 같다. 아직 시즌 초반인 데다 경험이 풍부한 코치진과 선수들이 많은 만큼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