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CEO(최고경영자) 공백 사태로 크게 흔들렸던 KT가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뒤로 밀렸던 통신 인프라 투자를 재개하고 신사업 확장 계획을 공개하며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였다. 구현모 전 대표의 DNA가 담긴 디지털 물류 사업이 위기 탈출의 선봉에 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대표 ICT 전시회 '월드IT쇼(WIS) 2023'에 참가한 데 이어 이날 디지털 물류 솔루션 확장 포부를 밝히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재차 힘을 실었다.
KT는 올 초 스페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도 부스를 마련했지만 아쉽게 연임에 실패한 구현모 전 대표의 퇴임 출장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을 앞세워 비상체제로 전환한 KT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번 WIS에서 작년과 유사한 860㎡의 대규모 전시공간을 꾸려 기술 역량을 과시했다. 행사장 중앙을 차지한 KT의 부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자랑했다.
올해 KT가 가장 먼저 선점 의지를 피력한 영역은 디지털 물류다. 미래 10년 경쟁력으로 AI를 꼽았던 구현모 전 대표는 작년 11월 'AI 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초거대 AI 모델, AI 반도체 개발을 비롯해 국내 물류의 디지털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는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화물 중개·운송 서비스 '브로캐리'의 두 번째 버전을 선보였다. 브로캐리는 출시 1년 만에 차주 회원 1만명을 돌파하고 160개 이상 중대형 화주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김재남 KT AI·DX융합사업부문 디지털물류사업담당은 "물류 분야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것을 보고 기회를 찾았다"며 "작년 매출은 750억원으로, 올해는 2배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브로캐리 2.0은 AI 기능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교통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원스톱'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결집했다.
물건을 보내는 화주 입장에서 운송차가 현재 어디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가 중요하다. 브로캐리는 실시간 교통 상황에 과거 데이터를 접목해 정확한 예상 도착시간은 물론 상차·하차 상태까지 알려준다.
차주에게는 좋은 일감을 보장한다. 화물차의 용량과 높이 등 사양을 고려한 전용 내비게이션을 지원하고, 선호하는 지역과 단가 등을 기준으로 화물을 추천해 공차 대기 확률을 확 낮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송하는 차주의 도착시간에 맞춰 다시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화물을 우선 알려주는 식이다.
KT의 바람대로 관련 매출이 1500억원을 찍게 되면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또 KT는 주력인 유·무선 서비스 품질 안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 공백으로 통신 인프라 투자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자 지난 17일 부산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지역별 OSP(외부통신시설) 파트너사와 만나 안전 운용 방안과 현안을 논의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 달가량이 지났다. 외부 전문가 5인이 모인 '뉴 거버넌스 구축 TF'가 오는 8월까지로 약속한 새로운 KT 대표 선임과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KT 관계자는 TF 활동 현황과 관련해 "추후 구체화한 내용이 있을 때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