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골잡이들의 맞대결이 열린다. 조규성(25·전북 현대)과 주민규(33·울산 현대)의 발끝에 시즌 두 번째 ‘현대가 더비’의 성패가 걸려 있다.
전북과 울산은 3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2023 16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2월 개막전이자 첫 맞대결에서는 울산이 웃었다. 두 팀은 수준 높은 축구로 ‘명경기’를 연출했다. 전북의 강한 압박과 울산의 패스가 돋보이는 한 판이었다.
올시즌 맞대결은 다소 김이 빠졌다. 전북이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며 하위권을 전전했다. 전북은 지난달 김상식 감독이 물러난 후 김두현 감독대행 체제에서 4경기 무패(2승 2무)를 달리다 포항 스틸러스(0-1 패)에 발목을 잡혔고, 현재 7위다.
반면 울산은 리그 15경기(12승 2무 1패)를 치른 현재, 2위 FC서울(승점 27)보다 11점 앞서 있다. 최근 8경기 무패(6승 2무)를 달릴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뽐낸다. 특히 2023시즌에는 승부를 내는 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적절한 타이밍에 승점을 가져오는 골이 터지고 있는 게 호재다.
‘골잡이’들의 활약도 상반된다. 지난해 K리그1 최다 득점상(17골)을 차지하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시즌 초반 4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었고, 종아리 부상으로 두 달을 쉬었다. 돌아와서 치른 2경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뛰고 있지만, 좀체 득점이 터지지 않고 있다.
반면 주민규는 유니폼을 바꿔입고도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 다시금 둥지를 튼 주민규는 빠르게 적응했고,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다. 14경기 8골(왼발 4골·오른발 3골·머리 1골)을 넣은 그는 그야말로 온몸이 무기다. 현재 나상호(FC서울·8골)와 득점왕 경쟁이 한창이다.
결국 두 골잡이의 활약이 팀의 희비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진한 전북은 문선민, 송민규 등 윙어들의 컨디션이 좋다. 다만 구스타보(11경기 1골)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부진해 조규성의 감각이 살아나길 기다리고 있다.
김두현 감독대행은 “최대한 조규성이 편하게 경기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면서도 “우리가 아무리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줘도 본인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조규성이 꼭 득점하지 않아도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된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대전하나시티즌전(3-3 무)에서 멀티 골로 팀을 위기에서 구한 주민규는 이미 ‘현대가 더비’ 준비를 마쳤다. 주민규는 지난 2월 개막전 첫 맞대결 당시 88분간 피치를 누볐지만, 전북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두 번째 현대가 더비를 앞둔 주민규는 대전전을 마친 후 “오늘 경기는 전북전을 앞둔 경기여서 더 중요했다”며 “현대가 더비는 라이벌 경기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안다.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중대한 한판을 앞둔 양 팀은 전력 누수가 있다. 전북은 백승호와 김문환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울산 역시 센터백 김영권이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전북전에 결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