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수 후보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기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 확대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과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아직 규모 적은 사업형 투자사, 실리콘밸리와 협력
최성환 사장은 SK네트웍스를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한 뒤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사와 협력을 위한 손을 맞잡았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법인인 하이코캐피탈과 현지 벤처 투자사인 보우캐피탈의 파트너십 추진 행사를 가졌다. 최성환 사장과 비벡 라나디베 보우캐피탈 회장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무엇보다 비벡 라나디베 회장의 등장이 눈길을 모았다. 라나디베 회장은 실리콘밸리 유력 인사이고, 2016년 보우캐피탈을 세운 인물이다. 보우캐피탈은 캘리포니아대의 10개 캠퍼스 등을 주축으로 캘리포니아대 시스템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 사장은 보우캐피탈의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초기 단계 기술기업 투자를 포함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계획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 MBA를 거친 최성환 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이에 최신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번 보우캐피탈과의 투자 협력도 차세대 기술기업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꼽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영역 확대를 위한 발걸음으로 보면 된다”며 “하이코캐피탈은 실리콘밸리에서 확고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보우캐피탈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투자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과 관련해 현재 실리콘밸리의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금리 상승 등으로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지분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SK네트웍스가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최성환 사장의 ‘틈새 공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충전, 블록체인, 미래 기술 등의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규모가 한정적이다. 가장 투자 규모가 컸던 사업이 급속충전기 운영 기업인 에스에스차저(SK일렉링크) 인수를 위해 투입한 728억원이었다. 나머지 신사업의 투자 규모는 100억~200억원대에 머물렀다.
SK네트웍스는 "새로 출범한 전기차 충전사업 자회사인 SK일렉링크의 성장을 지원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카, 전기 바이크 모빌리티그룹 시험대
코오롱그룹의 차기 총수로 꼽히는 이규호 대표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규호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경제인사절단에 포함된 바 있다. 아버지 이웅열 명예회장을 대신해 이규호 대표가 코오롱그룹의 얼굴로 경제사절단로 활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규호 대표는 올해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 분할해 설립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고 있다. 직접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만큼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스포츠카와 전기 바이크 등의 포트폴리오 확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달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와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식 수입사로서 국내 단독 유통을 맡는다고 밝혔다. 로터스는 페라리, 포르쉐 등과 함께 글로벌 주요 스포츠카 제조업체로 꼽힌다.
코오롱은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 경량 스포츠카 '에미라'를 내년 상반기,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 엘레트라 등 2개 모델을 내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로터스 수입과 관련한 인프라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로터스의 국내 전시장은 9월 말 서울 강남 수입차 상권에 들어선다. 공식 서비스센터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하반기 중 개설될 예정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전개에 나서는 로터스와 협력해 고객에게 다채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최근 국내의 수입차 환경이 녹록하지 않아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로터스는 이전까지 두 차례나 국내 유통사를 통해 수입됐지만 한국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경량스포츠카 매력을 무기로 2007년에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을 보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터스가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판매 실적이 150여대에 불과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대한 의문부호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규호 대표는 스포츠카뿐 아니라 신사업으로 럭셔리 전기 바이크를 선택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순수 전기 바이크 브랜드인 케이크를 국내 단독 수입사로 공식 유통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관계자는 "고객에게 편리하고 다채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수 후보들은 사업형 투자사 전환, 그룹 출범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눈도장 찍기에 나서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의 출범을 알리는 등 사업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사명을 현대중공업그룹에 HD현대그룹으로 바꾸면서 이미지 쇄신과 신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