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양의지가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지난 7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역전승의 주인공이었다. 3번 타자·포수로 나선 그는 1-3으로 뒤진 7회 말 2사 1·2루에서 한화 김범수의 직구를 공략, 2타점 동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양의지는 이날 적시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7일 기준으로 시즌 타율 0.323 5홈런 26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 0.416, 장타율 0.481 등 타격 성적이 두루 빼어나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 0.483(29타수 14안타)으로 방망이가 뜨겁다.
양의지가 더 무서워지는 건 득점권 기회 때다. 득점권 타율이 0.441(전체 1위)에 달한다.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2020년(0.425) 이후 두 번째로 4할을 넘길 수 있다. 통산 득점권 타율이 0.320인데, 최근 5시즌(0.383)은 더 뜨겁다. 양의지에게 득점권 비결을 묻자 "나도 잘 모르겠다. 주자 있을 때는 배트 중심에 잘 맞힌다는 생각으로 한다. 매 타석 그렇게 생각하면서 (야수 사이로) 빠지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에게는 유쾌한 별명이 하나 있다. 오래 앉아있는 포지션 특성 상 대부분의 포수들은 발이 느리다. 그런데 양의지는 발이 느려도 공격적인 주루를 시도한다. 그래서 팬들이 붙인 별명이 양보르기니(양의지+람보르기니)다.
7일에도 '양보르기니'가 한 건을 해냈다. 그는 7회 동점타 후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스타트와 스피드 모두 늦어서 협살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한화 배터리가 이를 막지 못했다. 3루 주자 김대한의 득점을 경계한 데다 양의지가 뛸 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한화는 유유히 2루로 걸어들어가는 양의지를 지켜봐야 했고, 이는 후속 타자 양석환의 2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미스에 미스가 더해졌다. 더블 스틸을 시도할 김대한이 뛰지 않았고, 한화 배터리가 김대한이 아닌 양의지를 견제한 것이다. 양의지는 "원래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땐 뛰지 않다가 (견제에 잡힐 수 있는) 애매한 타이밍에 (3루 주자가 더블 스틸로 득점할 수 있도록) 뛰라고 지시 받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견제구가 와서 당황했다. 나는 (협살에) 걸려야 했는데 (김대한이 뛰지 않고 송구도 안 와서) 그냥 2루로 들어갔다. 이럴 때가 아니면 (도루를) 못 한다"며 웃었다.
양의지는 오랜 시간 라이벌 포수로 대결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내기를 걸었다. 홈런이나 타율이 아닌 도루 경쟁이다. 양의지는 "지난번 삼성과 경기에서 민호 형이 내 기록을 전광판에서 보더니 '도루가 두 개네? 나도 두 개인데'라며 올 시즌 누가 더 많이 하는지 내기하자고 권했다. 그때는 2-2였는데 지금은 민호 형이 벌써 4개째다. 나도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도루는 그의 주특기가 아니다. 이날로 통산 49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라이벌 강민호가 27개에 불과한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준족' 포수다. 양의지는 "큰 욕심은 없다"며 "50도루에 1개가 남았다. (발이 느린) 내가 50도루를 했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올 시즌이 끝나기 전 도루 50개를 반드시 채우겠다"고 웃으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