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제12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깁스를 한 채 나타났다. 연합뉴스
과거 총수들의 휠체어 등장신은 법정 출두를 앞두고 연출된 장면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공식 석상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목발 투혼’을 펼치는 모습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목발을 짚은 채 중대한 국내외 출장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니스를 치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됐기 때문이다. 아킬레스 파열건은 적어도 6주간 깁스 치료가 필요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9일 6년 만에 재개된 한일상의 회장단회의에 목발을 짚고 등장했다. 이날 휠체어를 탄 채 4층 행사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는 이후 목발을 짚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이 장면을 본 고바야스 켄 일본상의 회장은 “제가 휠체어를 밀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며 최 회장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그리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중요한 행사이니 제 모습이 너무 볼썽사납더라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기원해달라"고 했다.
최 회장은 당초 집안에서 일상생활 도중 다쳤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테니스를 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
‘테니스광’인 그는 "사뿐하게 서브하고 육중하게 착지하는 순간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왼쪽 종아리 아래에서 엄청난 통증이 덮쳤다"며 "최근 들어 주말도 없고 시차 적응도 못하고 돌아다니느라 체력 관리를 너무 못한 거 같아서 모처럼 쉬는 날 테니스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인데 몸이 너무 굳어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시 현충일엔 태극기 걸고 마당에서 잡초 뽑으며 경건하게 지냈어야 했다"며 "엑스레이 등 촬영 결과 수술은 안 해도 되는 부위라고 해서 응급실에서 깁스만 감고 5시간 만에 퇴원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오는 19∼21일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할 예정이다. 4차 프레젠테이션의 발표자로 나서는 그는 깁스를 한 채 막판 유권자의 마음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그는 한일상의 회장단회의를 마친 뒤 프랑스 출장과 관련된 질문에 “가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 2015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깁스를 한 채 주주총회장에 나타났다. 깁스에는 '엄마 사랑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호텔신라 제공 지난 2015년 3월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깁스 장면이 시선을 끌었다. 깁스에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엄마 사랑해’라는 문구 때문에 더욱 관심을 집중시켰다. 엄마의 쾌유를 기원하며 적은 아들의 마음이 담긴 문구였다.
당시 호텔신라 주주총회에 깁스를 한 채 등장한 이부진 사장은 자택에서 물기가 있는 바닥에서 미끄러져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발목뼈에 금이 가서 열흘 정도 깁스를 해야 하는 상태였는데 마침 주주총회 일정과 겹쳐 어쩔 수 없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의 깁스 모습도 공개된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2년 구치소 생활 중 발목이 접질려 깁스를 한 채 법정에 나타났다. 구자균 회장은 2016년 신산업 민관협의회에 ‘목발 투혼’을 펼쳤다. 친환경에너지산업 전문가로 선정돼 참석해야 했던 그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