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1사 만루. LG는 투수 전향 3년 차 백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위기는 계속됐다. 강민호·김동엽 강타자를 맞아 변화구(슬라이더) 승부를 끌고 가던 백승현의 공이 땅에 박히면서 폭투 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포수 박동원의 블로킹이 빛났다. 강민호에게 던진 3구 슬라이더와 김동엽에게 승부한 초구와 4구 슬라이더가 땅으로 꽂혔지만 박동원이 안정적으로 잡아내면서 폭투 위기를 넘겼다.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난 백승현은 강민호를 삼진으로, 김동엽을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잡아내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생애 첫 세이브까지 기록했다.
박동원의 리드와 블로킹은 자신이 넘쳤다. 강민호에게 3구 슬라이더를 던질 때 미트를 땅에 쓸면서 자신있게 낮은 공을 요구했고, 김동엽에게 던진 네 번째 슬라이더도 그랬다. 특히 마지막 슬라이더는 옆으로 크게 벗어났으나 박동원이 빠르게 이동해 폭투를 막아냈다. 지난 9일 끝내기 폭투 악몽이 재현될까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박동원이 승리를 지켜냈다.
박동원은 그날을 잊지 않고 있었다. 5-5 동점 1, 3루 상황에서 나온 폭투. 마무리 고우석이 던진 공이 자신의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패배로 이어진 그날을 박동원은 잊지 않고 되뇌었다. 14일 경기 후 만난 박동원은 “나 때문에 경기를 진 적이 있어서 무조건 블로킹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낮은 공 사인을 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동원의 복기와 반성은 팀의 승리와 선수의 소중한 첫 세이브를 이끌어냈다. 투수 전향 이후 첫 세이브를 올린 백승현 역시 “(박)동원이 형께 끝나고도 계속 감사하다고 했다. 형의 리드와 블로킹이 없었다면 절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홈런 1위(14개) 타점 1위(45개), 박동원은 최근 타격에서 더 주목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포수 본연의 임무도 묵묵히 잘 해내오고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4, 5월 동안은 필승조가 없다시피 경기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함덕주나 임찬규, 백승현 등 다른 투수들 덕분에 잘 버텨올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뒤엔 박동원의 리드가 있었다. 백승현의 첫 세이브를 일궈낸 그날처럼 박동원은 묵묵히 LG 투수들을 리드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