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수원 KT 위즈전 8회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는 오승환의 모습. 삼성 라이온즈 제공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겨울,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취임식에 선수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시 박 감독은 “팀 분위기를 해치는 상황이나 경기 중 집중력이 떨어져 있고 해이한 모습을 보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조치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지난해 특유의 카리스마로 위기에 빠진 팀을 수습했던 박 감독은 정식 감독이 된 뒤에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원 팀(one team)’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지난 16일 박진만 감독이 강조했던 일이 발생했다. 1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오승환이 강판 과정에서 취한 행동이 문제가 됐다. 1점 차 리드 중인 8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타자 연속 안타 뒤 희생번트를 내주고 강판 됐다. 오승환이 던진 공은 단 7개. 그는 교체 지시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 온 정현욱 투수코치에게 공을 주지 않고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 불만을 표출했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뒤에는 글러브를 바닥에 패대기친 뒤 발로 차는 등 격한 모습도 보였다. ‘돌부처’라 불리는 그의 이례적인 분노에 삼성 더그아웃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16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한 오승환. 오승환은 이날 8회 교체되면서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의 이 행동은 팀 분위기를 강조하는 박진만 감독의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다음날 박 감독은 “팀 내 고참 선수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행동”이라며 오승환의 행동을 되짚었다. 하루 뒤엔 1군에서 말소했다. 불펜진 평균자책점 최하위(5.17)를 달리던 삼성에서 가장 믿음직한 자원인 오승환을 1군에서 말소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가 잘 안 풀리다 보니 선수가 그렇게 표현했겠지만, 현재 팀 분위기가 (연패로) 가라안자 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한 번 더 생각해야 했다”라고 재차 이야기했다.
오승환 역시 박진만 감독과의 개인 면담을 통해 이를 인정했다. ‘갑자기 그런 상황이 발생해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1군에서 말소했다”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몸 상태가 괜찮다면, 최고참으로서 불펜진에 분명 힘이 될 선수기 때문에 잘 추스르고 돌아왔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선글래스를 고쳐 쓰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24.
한편, 오승환의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컨디션을 파악한 뒤 좋다고 판단되면 열흘 뒤 바로 1군에 올릴 계획이지만, 좋지 않을 경우엔 시간을 조금 더 지켜볼 예정이다. 박진만 감독은 “당분간 팀의 마무리는 좌완투수 이승현이 맡는다. 오승환이 돌아온 뒤에도 상대 타순 및 상황을 보고 필승조를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