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현준(21·강원FC)이 꿈에 그리던 셀틱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 팀의 좋지 못한 상황 탓이다.
강원은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현준의 셀틱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강원은 지난 14일 ‘중대 발표’를 예고했는데, 양현준의 이적과 관련된 내용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앞서 인천 유나이티드가 스테판 무고사 영입을 라이브로 알렸는데, 선수 이적을 방송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들은 이미 양현준의 이적과 관련된 방송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 김병지 대표도 방송 시작부터 “최근 가장 큰 이슈가 양현준 이적인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라이브를) 요청했다. 앞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직접 소통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방송의) 키워드는 ‘양현준 선수가 셀틱 이적한다’이다”라며 양현준의 셀틱행을 공식 발표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양현준의 이적료는 275만 유로(39억3000만원) 수준이다. 애초 셀틱은 1차 제안 당시 200만 유로(28억5000만원)를 제시했는데, 강원은 협상을 통해 이적료를 높였다. 최종적으로 셀틱의 초기 제안보다 10억원 이상 더 받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강원은 양현준을 보내면서 선수 영입 자금을 확보, 전력 보강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진태 강원 구단주가 양현준의 이적료 수익을 선수 보강에 쓸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양현준도 ‘꿈’이었던 유럽 진출을 어렵사리 이뤘다. 구단과 선수가 ‘윈윈’한 셈이다.
양현준은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마친 후 셀틱행이 답보 상태가 된 것에 공개적으로 답답함을 표했다. 아울러 스코틀랜드 무대를 꼭 밟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적료가 부족하다면 내 연봉에서 깎아서라도 (셀틱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셀틱 이적이 확정되니 여러 감정이 몰려온 듯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양현준은 “이적을 위해 대표팀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어려운 시기에 (이적을 확정해) 한편으로 설레고 기쁘지만, 무거운 마음도 크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이적해서 너무 미안하다. 구단 직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팬분들께 승리를 안겨드리고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은 K리그1 12개 팀 중 11위다. 22경기에서 2승(9무11패)밖에 거두지 못하며 강등 위기에 놓였다. 지난 시즌 ‘에이스’ 노릇을 한 양현준을 쉽게 놔주지 못한 이유다. 강원은 양현준에게 유럽 진출을 약속했지만,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애초 강원은 2023시즌이 끝난 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행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양현준도 상황을 알았지만, ‘유럽 진출’이라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도 외면할 수 없었다. 구단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은 이유다. 더구나 양현준은 최근까지 경기에 나섰지만, 퍼포먼스가 좋지 않아 팬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팬들 역시 양현준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프로답지 못하다’는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양현준의 이적은 지난 5일 구단 수뇌부의 ‘강릉 회동’ 이후 탄력을 받았다. 김병지 대표를 비롯해 윤정환 감독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양현준의 이적에 관해 논의했고, 셀틱에 보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양현준과 개인 면담을 진행해 그간 오해도 풀었다. 앞서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했던 양현준은 이날 선수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간 퍼포먼스가 저조해 팀 성적에 일조하지 못한 것에 관한 미안함을 표한 것이다.
결국 셀틱 이적을 확정했지만, 양현준 입장에서는 팀의 반등을 이끌지 못하고 떠나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기색이었다. 양현준은 “팬분들이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셨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팬분들이 없었다면 이정도 선수가 못 됐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시면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병지 대표는 “양현준이 강원과 연을 맺으면서 시작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좋은 구단에 가는 자체가 강원을 빛내는 것이다. 양현준이 꿈에 도전해서 더 성장할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보내는 거다. 차범근, 김민재, 박지성 등 선배들의 뒤를 잇는 멋진 선수로 활약하는 게 강원 팬들의 아쉬움에 보답하는 것 같다. 더 빛나는 선수가 되기를 응원한다”며 “한 단계 한 단계 넘다 보면 멋진 선수가. 강원에서 성장했던 것처럼 셀틱에 가서 멋진 선수가 되는 게 내 바람이다. 2~30년 뒤에 한국 축구를 위해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덕담했다.
강원 구단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도 선수의 한 단계 높은 성장을 위해 유럽 이적을 허락하며 강원 출신으로 강원특별자치도와 한국을 널리 알릴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강원은 하위권에 머물러있는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 판단을 내렸다”며 선수의 밝은 앞날을 응원했다.
2021년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현준은 지난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팀K리그 일원으로 나선 토트넘과 친선전에서 번뜩이는 드리블로 수비수를 여럿 제치는 등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 K리그1 36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올리며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의 오퍼도 받았지만, 강원과 동행을 택했다. 올 시즌에는 21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비록 최근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지만, 셀틱은 양현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이적을 추진했다. 아시아 시장 개척에 진심인 셀틱은 지난 1월 오현규를 영입했다. 6개월 만에 양현준까지 합류하면서 과거 기성용(FC서울) 차두리 이후 또 한 번 ‘코리안 셀틱 듀오’가 탄생하게 됐다. 아울러 중앙 미드필더인 권혁규(부산 아이파크)도 셀틱 이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져 ‘셀틱 트리오’가 2023~24시즌 스코틀랜드 무대를 누빌 가능성도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