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 드라마 시즌2’의 무대가 다시 한번 미궁 속으로 빠졌다. 당초 2024년까지 음바페의 PSG 잔류가 유력해 보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이 막대한 연봉으로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한국시간) “알 힐랄이 음바페 영입을 위해 3억 유로(약 4254억원)를 투입할 준비가 됐다”면서 “알 힐랄은 단 한 시즌 음바페 사용을 위해 3억 유로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 결정은 음바페가 PSG와의 재계약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며 “구단은 결국 음바페를 아시아 투어에서도 제외했다. 구단은 음바페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PSG는 알 힐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음바페와 알 힐랄간의 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약 조건은 말 그대로 ‘파격’이다. 매체에 따르면 알 힐랄이 음바페를 위해 준비한 연봉은 2억 유로(약 2834억원)다. 이어 초상권 관련 수익이 모두 음바페에게 가는 조건인데, 이 경우 총 규모는 연 7억 유로(약 9928억원)에 달할 것이라 설명했다.
앞서 알 힐랄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영입을 위해 연봉 4억 4000만유로(약 5741억원)를 준비했는데, 이번에도 파격적인 대우를 준비한 셈이다.
2년 연속 여름 이적시장에 매물로 올라온 음바페는 다소 다른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계약 종료를 앞둬 모든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리버풀(잉글랜드) 등 클럽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됐고, 계약이 만료되는 6월이 다가오자 연일 이적시장 헤드라인을 차지했다.
당시 음바페 영입 레이스의 승자는 레알이 유력했다. 스페인 언론은 연일 음바페가 마드리드에 입성할 것이라 주장했다.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PSG 스토어에서 음바페의 유니폼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팀을 떠날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5월 말에 나왔다. 음바페는 PSG와 3년 재계약을 맺으며 팀에 잔류했다. 막대한 연봉이 보장됐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음바페가 감독 선임 및 이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권한까지 받았다”라는 주장도 했다. 한편으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음바페에게 잔류를 요청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잔류한 음바페는 2022~23시즌 공식전 43경기 41골 10도움을 올리며 맹황약했다. 5년 연속 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고, 팀 역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음바페의 통산 6번째 리그 우승이었다. 시즌 중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선 결승전 해트트릭이라는 진기록을 이뤄내기도 했다. 비록 승부차기 끝에 져 준우승을 거뒀지만, 음바페의 원맨쇼는 전 세계를 통해 중계됐다. 그의 나이는 여전히 만 24세다.
그런데 음바페 드라마 시즌2가 1년 만에 개봉했다. 앞서 맺은 3년 계약의 이면이 알려진 것이다. 지난 5월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음바페가 지난해 맺은 계약은 3년 계약이 아닌 2+1년 계약이다. 이는 선수 옵션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음바페가 6월 AFP통신을 통해 서면으로 ‘선수 옵션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즉, 음바페와 PSG의 동행이 2024년 6월 30일까지라는 의미다. 르 파리지엥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선수 옵션 발동 여부의 기한은 오는 31일까진데, 음바페는 일찌감치 연장 계약을 거부한 흐름이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PSG는 지난해와는 다른 입장이다. 팀을 흔드는 음바페를 팔겠다는 것. 세계 최고의 선수를 자유계약(FA)으로 이적료 없이 놓치는 건 허락할 수 없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 PSG 회장 역시 이달 초 루이스 엔리케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음바페가 머무르기 원한다면, 새로운 계약에 서명해야 한다. 우리는 그가 FA로 떠나는 걸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르 파리지엥 등 프랑스 매체들은 “음바페의 다음 행선지는 레알이다”고 주장했으나, 음바페는 본인의 SNS를 통해 해당 소식을 공유하며 ‘가짜 뉴스’라 못 박았다. 2024년 6월까지 약속된 계약 기간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
음바페의 결정은 결국 PSG의 저조한 클럽 유럽 대항전 성적이 원인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PSG는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짐을 쌌다. 음바페는 1차전 교체 투입, 2차전 선발 출전했으나 모두 부진했다. PSG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UCL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PSG가 UCL 우승을 위해 메시, 네이마르, 세르히오 라모스,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 슈퍼스타를 영입했음에도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음바페는 한차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앞서 음바페는 지난 8월 프랑스 매체 레퀴프와 프랑스 풋볼이 선정한 2022~23시즌 최고의 프랑스 선수상을 받은 뒤 인터뷰에서 UCL 우승에 대한 질문에 “PSG가 우승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달린 문제는 아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내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내 생각에 PSG는 분리된 팀이다. 이곳에서 뛰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수뇌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은 화제가 됐다. 이에 레오나르도 전 PSG 단장은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그가 보여준 행동은 팀을 이끌 리더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훌륭한 선수지만, 리더가 아니다. 뛰어난 스코어러지만, 창의적이진 않다”고 지적했다.
PSG는 음바페의 방출을 원하나, 관건은 이적료다. 유력 행선지로 꼽히는 레알은 이미 지난 6월 이적시장에서 철수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 역시 ‘음바페는 PSG에 잔류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런 와중 ‘큰 손’ 사우디아라비아가 등장했다. 음바페 드라마가 다시 한번 미궁 속으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