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오는 9월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A매치 기간 이강인을 대표팀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A매치 소집 기간과 아시안게임 기간이 달라서 문제없다. A매치를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대회를 치를 것”이라며 “이강인이 A매치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길 원한다. 한국 축구에서 중요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는다. 일정이 겹치지 않기에 나도 좋은 선수들을 (성인 대표팀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성인 대표팀은 내달 유럽(웨일스) 원정을 떠난다. 9월 8일 웨일스와 격돌하고 닷새 뒤 영국 뉴캐슬로 이동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내년 1월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2연전이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도 핵심 자원인 이강인이 필요한 셈이다. 더구나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앞선 4경기 무승(2무 2패)에 그쳐 더 그렇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대회를 앞둔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이강인을 중심으로 전술과 전략을 짤 것이라 공언했는데, 한 번도 시험해 보지 못하고 대회에 돌입해야 할 처지에 놓인 탓이다. 만약 PSG와 이강인 측이 아시안게임 차출에 관한 협의를 잘 마친다 해도, 클린스만 감독이 놔주지 않으면 대회 때나 활용할 수 있다. 사실상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선수 생활을 좌우할 군 문제가 걸린 대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거듭 이강인 차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성인 대표팀 선수이기에 우리 팀에 합류해서 경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웨일스, 사우디전은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서 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군 문제와 황선홍 감독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빨리 합류했으면 하는 황 감독의 고충을 이해한다. 나도 최대한 빨리 합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시안게임이 왜 중요한지, 군 문제와 병역 혜택에 관해 공부했다. 이런 질문을 계속 받으니 생각 이상으로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대회라는 걸 느낀다. 이강인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겠다는 것도 알게 됐다. 계속 배우고 있고,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강인의 기량을 믿는 탓인지, 직접 연락이 와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조기 합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혹시나 이강인에게 연락이 오면, 너는 아시안게임 대표이기도 하지만, 성인 대표팀 선수라는 말을 할 것이다. 성인 대표팀에서 먼저 좋은 성적을 내고 중국 가서 사고를 치라고 하고 싶다”며 “이강인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고려하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들어가서 적응하기까지 30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내달 19일 열리는 쿠웨이트와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황선홍 감독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강인이 9월 13일 영국에서 사우디전을 마치고 황선홍호에 곧장 합류한다 해도 대회 준비 기간은 넉넉지 않다. 이마저도 PSG의 대승적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