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바람대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이 9월 A매치 기간 이강인을 성인 대표팀에서 활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강인이 A매치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길 원한다. 한국 축구에서 중요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는다. 일정이 겹치지 않기에 나도 좋은 선수들을 (성인 대표팀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클린스만호는 내달 유럽 원정을 떠난다. 9월 8일 웨일스와 적지에서 맞붙고 닷새 뒤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 임한다. 일반적으로는 대표팀 핵심 선수라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보낼 수 있지만, 오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 2연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강인을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3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앞선 네 차례 A매치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지만, 4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첫 외국인 사령탑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승이 급한 상황이라 팀 내 비중이 큰 이강인을 황선홍호에 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에서 의지를 알 수 있다. 그는 “혹시나 (황선홍호에 보내달라고) 이강인에게 연락이 오면, 너는 아시안게임 대표이기도 하지만, 성인 대표팀 선수라는 말을 할 것이다. 성인 대표팀에서 먼저 좋은 성적을 내고 중국 가서 사고를 치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히 클린스만 감독은 황선홍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바란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이 이강인을 실험해 볼 시간이 없다는 게 다소 우려로 다가온다. 오래전부터 이강인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겠다고 공언한 황 감독이지만, 사실상 이강인을 제대로 활용한 적이 많지 않다. 이미 머릿속에 이강인 활용법을 그리고 또 그렸겠지만, 실전에 투입됐을 때는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물론 이강인은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스페인 무대에서 능력을 증명했다. “이강인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고려하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들어가서 적응하기까지 30분이 걸릴 것”이라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대로 황선홍호에 금세 적응할 공산이 크다. 다만 9월 13일 사우디전을 마치고 영국에서 곧장 황선홍호에 합류한다고 해도 동료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쿠웨이트와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이 19일에 열리기 때문이다.
만약 클린스만호에서 9월 A매치 2경기를 모두 소화하고 중국으로 합류한다면, 체력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서 이강인은 9월 A매치 기간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어느 정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단 걸 고려하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를 앞두고 동료들과 호흡할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