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으로 꼽힌 최전방이 누구보다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나선 황선홍호의 이야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진화의 진화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9-0으로 크게 이겼다.
전반 4골, 후반 5골을 넣었는데 무려 6명의 선수가 득점에 가담했다. 왼쪽 윙으로 나선 정우영(슈투트가르트·독일)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반대편의 엄원상(울산 현대)도 1골과 많은 키 패스(슈팅으로 이어진 패스)를 뽐냈다.
함께 눈길을 끈 건 이날 최전방을 맡은 조영욱(김천 상무)이었다. 지난 7월 항저우 AG 명단 발표 당시 미드필더로 분류된 그는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2선 전지역을 소화할 수 있어 가용 선수(22인)가 상대적으로 적은 AG 대회에서 유용할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현재 김천 소속이고, 함께 합류한 박재용(전북 현대) 안재준(부천FC 1995)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탓에 ‘황선홍호의 약점은 공격수’라는 시선이 잇따랐다. 명단 발표 당시에도 주민규와 같은 베테랑 공격수 발탁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우려를 씻기엔 단 1경기로 충분한 모양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조영욱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정우영과 엄원상의 활약에 힘을 보탰다. 일찌감치 속도전을 예고한 황선홍호는 2분 만에 정우영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조영욱은 멋진 원터치 패스로 정우영의 선제골에 관여했다.
전반 19분엔 본인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백승호의 패스를 받은 엄원상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이를 재차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 몬스터’ 다운 호쾌한 득점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고영준과 함께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이는 고영준의 스루패스, 정우영의 멀티 골로 이어졌다.
후반에도 조영욱의 존재감은 빛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엄원상의 크로스를 어려운 자세로 슈팅까지 이어갔다. 골키퍼가 1차 선방했으나, 재차 나온 공을 정우영이 밀어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후반 6분 뒤에는 패스 실력까지 뽐냈다. 조영욱은 박스 앞에서 공을 잡은 뒤, 침투하는 엄원상에게 절묘한 패스를 전했다. 엄원상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반대편 골망을 가르며 6-0 리드를 안겼다.
후반 20분과 27분 찬스를 놓친 조영욱은 1분 뒤 왼발로 만회했다. 정호연의 센스 있는 패스를 받아 트래핑한 뒤, 왼발로 골키퍼 다리 사이를 뚫었다.
그사이 교체 투입된 안재준과 박재용도 존재감을 빛냈다. 두 선수는 후반 9분 고영준과 엄원상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재용이 조영욱과 전방에 서고, 안재준이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안재준은 적극적인 돌파로 엄원상의 몫을 대신했고, 후반 27분 크로스로 조영욱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한 박재용은 쿠웨이트 수비진을 괴롭혔다. 이후 후반 34분 설영우의 땅볼 크로스를 미끄러지면서 밀어 넣어 팀의 8번째 골을 완성했다.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에는 홍현석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안재준이 침투에 성공한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황선홍호의 최전방 공격 자원이 모두 골 맛을 본 순간이었다.
AG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황선홍호는 기분 좋게 첫 경기를 마쳤다. 당초 약점으로 지적된 최전방 공격수들이 고루 골 맛을 본 게 호재다. 특히 조영욱은 양 윙어(정우영, 엄원상)와 뛰어난 호흡을 자랑했다. 희소식은 또 있다. 오는 21일 합류를 앞둔 이강인의 존재다. 황선홍호의 공격력이 대회 내내 유지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황선홍호의 다음 일정은 오는 21일 태국·24일 바레인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