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파리 올림픽 포디움(시상대)에 올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번 대회도 그걸 위해 연습하는 한 단계의 과정이었다. 괜찮게 이뤄진 것 같아 뿌듯하다."
김우민(강원도청)이 한국 수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10년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수영사에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이름을 남겼다.
김우민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6에 터치 패드를 찍고 이번 대회 개인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전부터 유력했던 3관왕을 드디어 현실로 만들었다. 역대 한국 수영 대표팀 중 아시안게임에서 단일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이는 1982년 뉴델리 대회 최윤희(배영 100m·배영 200m·개인혼영 200m)와 2006년 도하 대회(자유형 200m·400m·1500m), 2010년 광저우 대회(자유형 100m·200m·400m)에서 2연속 3관왕을 이룬 박태환 뿐이었다. 그 전설적인 기록에 2023년 김우민도 이름을 더하게 됐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우민은 "추석에 국민들께 제 금메달이 조금이라도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메달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믹스드존에 나타난 김우민의 몸에는 부항 자국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김우민은 "둘째 날 자유형 200m를 많이 올린 후 1500m를 뛰어서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그래도 세 번째 날 휴식을 잘 가져가 바로 회복됐다. 어제도 자유형 800m를 마치고 몸이 처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밤 동안 계속 케어하면서 잘 회복했다. 먹을 것도 잘 먹은 덕분에 오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김우민의 우승은 독주 체제 속에 이뤄졌다. 2위 판잔러(중국)가 3분44초81로 4초 이상 차이가 났다. 김우민과 판잔러의 차이보다 판잔러와 7위 타부치 카이토(3분50초63)가 훨씬 적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록이다. 비록 개인 신기록을 경신하는 데 실패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개인 기록보다 빠른 페이스로 역영한 성과였다.
김우민은 "그 선수들과 같이 경쟁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끌어주면 그 선수들이 나를 따라올 수도 있겠다 생각해 최대한 앞서서 내 레이스를 하자 생각하고 집중했다"며 "개인적으로 기록 욕심을 좀 내봤는데, 후반에 조금 말려 아쉽게 새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기분 좋았던 1등 같다"고 웃었다.
페이스를 높인 건 단순히 개인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우민은 "내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그 정도 페이스로 가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초반에 페이스를 올린 게 사실"이라며 "개인적인 목표가 파리 올림픽에서 포디움에 올라가보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걸 위해 연습하는 한 단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이 괜찮게 이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우민은 1위를 확정한 후 이날 관중석을 찾은 부모님에게 큰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틀 전 800m 우승 때 하트 세리머니에 이은 그의 감사 인사였다. 그는 "국민들께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절했다.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두 세리머니 모두) 먼 길 오셔서 날 응원해주신 게 고마워 감사 인사를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올림픽을 정조준하는 그는 일단 내년 2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먼저 성과를 내고자 한다. 개인 최고 순위는 올해 후쿠오카에서 기록한 5위다. 김우민은 "세계선수권을 파리 올림픽 전 마지막 점검이라 생각하고 대회에 임하겠다"며 "선수권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파리 올림픽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어 "부다페스트 대회(2022년) 때 6위를 했는데, 그 다음(후쿠오카 대회) 5위를 했다. 2월 선수권 때 3위를 하고, 올림픽 때 1등을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