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황희찬이 후반전 결승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후반전 황희찬의 추가 골이 터지자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제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황희찬의 이름을 잊어버릴 일은 없어 보인다. ‘황소’ 황희찬이 맨시티를 상대로 결승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울버햄프턴은 1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울버햄프턴은 전반전 후벵 디아스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에는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프리킥 골을 내줬지만, 황희찬이 재차 추가 골을 넣어 달아났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득점을 마지막까지 지키며 챔피언 맨시티를 격파했다.
한편 이날 경기가 축구 팬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건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 때문이다. 영국 매체 몰리뉴 뉴스 등은 지난달 29일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프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항상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들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면서 3명의 선수를 지목했다. 그는 “특히 최전방에 있는 페드로 네투, 마테우스 쿠나, 그리고 그 한국인(황희찬)은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the korean guy’라고 칭했는데, 이는 황희찬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의 정확한 이름을 떠올리지는 못했으나, 그의 존재감을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실제로 황희찬은 이번 시즌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한 차례 부상 의심으로 휴식기를 갖긴 했으나, 지난 16일 리버풀전을 시작으로, 24일 루턴 타운전·27일 입스위치 타운전(리그컵)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리버풀과 입스위치전에선 연이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전까지 공식전 7경기 4골이었는데, 맨시티전 골까지 포함해 어느덧 5호 골 고지를 밟았다.
울버햄프턴은 이날 승리로 리그 2승(1무 4패)째를 기록, 승점 7을 확보해 리그 순위를 중위권으로 끌어 올렸다.
반면 6전 전승을 달린 맨시티는 황희찬의 일격에 무릎을 꿇으며 리그 첫 패배를 떠안았다.
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맨시티와의 경기에 나선 울버햄프턴의 선발 명단. 사진=울버햄프턴 SNS 게리 오닐 감독이 이끄는 울버햄프턴은 3-4-3 전형으로 나섰다. 황희찬·페드로 네투·마테우스 쿠냐가 전방에 배치됐고, 라얀 아잇-누리·주앙 고메스·마리오 르미나·넬송 세메두가 중원을 구성했다. 백3는 토티 고메스·막시밀리안 킬먼·크레이그 도슨, 골문은 조세 사가 맡았다.
맨시티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엘링 홀란이 최전방을 맡고, 2선은 필 포든·훌리안 알바레스·제레미 도쿠로 구성됐다. 3선은 마테오 코바치치·마테우스 누네스 조합이었다. 백4는 네이선 아케·후벵 디아스·마누엘 아칸지·카일 워커, 골키퍼 장갑은 에데르송이 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직전 경기 경고 누적으로 인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초반은 원정 팀 맨시티의 공세가 이어졌다. 울버햄프턴은 공격진에 배치된 황희찬과 네투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등 역습을 노리는 양상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전반전 디아스의 자책골이 나온 뒤 울버햄프턴 선수단이 네투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의외의 선제골은 울버햄프턴에서 나왔다. 전반 14분 코바치치가 중원에서 공을 탈취당했고, 공을 이어받은 네투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그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디아스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맨시티 골망을 흔들었다.
일격을 받은 맨시티는 흔들림 없이 공격을 이어갔지만,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울버햄프턴에 번번이 역습을 허용했다. 황희찬은 이 기회에서 멋진 턴 과정은 물론 드리블을 뽐내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전반전은 그렇게 울버햄프턴의 1-0 깜짝 리드로 끝났다.
전열을 정비한 맨시티는 후반 13분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주인공은 알바레스였다. 그는 왼쪽 부근에서 시도한 직접 프리킥으로 왼쪽 골대 구석을 갈랐다. 사가 다이빙했음에도 막을 수 없는 궤적이었다.
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후반전 황희찬의 추가 골이 터지자 울버햄프턴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후반전 추가 골을 넣는 황희찬의 모습. 이 골은 이날의 결승 골이 됐다. 황희찬의 리그 4호 골이자, 시즌 5호 골.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홈 팬들의 응원에 힘입은 울버햄프턴은 다시 한번 맨시티에 일격을 날렸다. 주인공은 ‘그 한국인’ 황희찬이었다. 후반 21분 세메두의 크로스를 아칸지가 걷어냈는데, 이 공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의 첫 번째 슈팅은 디아스의 다리를 맞고 이번에는 쿠냐에게 향했다. 쿠냐는 욕심을 내지 않고 침착하게 노마크 상태인 황희찬에게 건넸고, 황희찬은 오른발 슈팅으로 맨시티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은 홈 관중들과 함께 크게 기뻐하며 환호를 이끌었다. 황희찬의 리그 4호 골이자, 시즌 5호 골.
후반에도 황희찬의 수비 가담은 빛났다. 후반 36분 왼쪽 측면에서 온몸을 내던지며 수비를 펼쳤고, 넘어진 상황에서도 머리를 활용해 패스를 건네기도 했다. 직후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앉았는데, 이를 두고 도쿠가 황희찬을 과격하게 밀치는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황희찬의 임무는 40분까지였다. 그는 홈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달 30일 영국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프턴과 맨시티의 경기. 황희찬의 추가 골이 터진 뒤 홀란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후 맨시티는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울버햄프턴의 수비 집중력이 우위였다. 워커의 중거리 슈팅은 사 품에 안겼다. 도쿠와 홀란의 박스 안을 향한 패스는 모두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추가시간은 6분이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울버햄프턴은 홈팬들과 크게 환호했다. 이날 경고 누적으로 관중석에서 자리를 지킨 과르디올라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황희찬에게 평점 7.4점을 부여했다. 이는 이날 울버햄프턴의 선발 선수 중 2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황희찬은 86분간 1개의 유효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4개의 드리블을 모두 성공했다. 8번의 지상 볼 경합에서는 5번 승리했다. 매체가 공개한 황희찬의 히트맵을 살펴보면 그는 이날 왼쪽 측면은 물론 후방부터 전방까지 고루 누볐다. 한편 울버햄프턴의 최고 평점은 7개의 선방을 보탠 골키퍼 사의 몫이었다. 맨시티에선 4개의 키패스와 6개의 드리블을 성공한 도쿠가 최고 평점 8.1점을 기록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홀란은 EPL 득점 1위(8골) 홀란은 풀타임 소화했으나 유효슈팅 0개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1일 울버햄프턴 소식을 다루는 위어울브스 SNS에 올라온 최우수선수 투표 게시글. 해당 계정은 황희찬을 후보에 올려 놓으며 '그 한국인'이라고 작성하며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해진 에피소드를 상기시켰다. 사진=위어울브스 SNS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