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열린 2023년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결승전. 김현우(34·삼성생명)는 경기 도중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통증을 참고 견뎌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검진 결과 늑골막 손상 진단을 받았다. 오로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출전권을 따기 위해 견딘 '2분'이었다.
그러나 김현우의 항저우 AG 금메달 도전은 첫 경기에서 멈췄다.
김현우는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kg급 1라운드 16강에서 이란의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에게 3-9로 패했다.
김현우은 1피리어드 초반 상대 반칙으로 1점을 얻은 뒤 이어진 파테르 공격에서 옆구르기 기술을 성공해 3-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연속 8점(2점 2개, 4점 1개)을 허용했다. 김현우는 2피리어드에서 한 점을 추가로 내준 끝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김현우는 아민의 성적에 따라 패자부활전 진출 여부가 결정되지만, 결승 무대에는 오를 수 없다.
김현우는 한국 레슬링 간판선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을 딴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한국 레슬링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그랜드 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우승)까지 달성했다. AG에서는 2014년 금메달(인천), 2018년 동메달(자카르타-팔렘방)을 땄다.
레슬링 선수로는 모든 것을 다 이뤘지만, 그는 매트에서 벗어나지 않고 땀을 쏟고 있다.
김현우는 항저우 AG에 책임감을 짊어지고 나왔다. 김현우는 "최근 한국 레슬링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최초 올림픽 금메달이자 효자 종목이었던 레슬링이 최근 저조해서 자존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대한민국 레슬링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꼭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가 항저우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1988년생 김현우가 당초 은퇴 무대로 여긴 대회는 2020 도쿄 올림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설상가상으로 김현우는 대회 직전 코로나19에 확진돼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그래서 2022 항저우 AG을 은퇴 무대로 여기고 다시 매트에 올랐지만, 역시나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다.
특히 김현우는 아시안게임 마지막 금메달을 예비 아내에게 걸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연말로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저우 AG는 1년 연기돼 달콤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예정대로 김현우는 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번에라도 아내에게 주기로 한 '최고의 목걸이(금메달)'를 꼭 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