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마냥 들뜬 분위기만 이어질 수 없었다. 최근 여자 배구 대표팀이 연달아 국제대회에서 졸전을 거듭하며, 리그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남녀부 최고령 사령탑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소신을 전했다.
V리그 여자부는 오는 14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난봄 스토브리그에서 팀을 옮긴 자유계약선수(FA)만 5명이 나오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최초로 외국인 감독 2명(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이 팀을 이끄는 시즌을 맞이했고, 역시 처음 도입되는 아시아쿼터가 미칠 영향도 관심이 모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다채로운 코너로 7개 구단 사령탑과 대표 선수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입담을 자아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다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행사에서 만난 ‘옛동료’ 사이 동료애와 기싸움이 주목을 끌었다.
행사 막바지, 취재진 질의 시간에 묵직한 질문이 나왔다. 최고령 사령탑 김호철 감독, 외국인 아본단자 감독에게 최근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있는 한국 여자 배구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을 구한 것.
김호철 감독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소신대로 하겠다”라고 운을 뗀 뒤 “현 상태로는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이 암흑기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라면서 “한 팀이 아닌 배구계 모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짧게 말하면,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늘리는 게 한국 선수 성장을 이끄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11일)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는 리그 대표 세터 한선수가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번 항저우 AG에 출전했고, 이전까지 약체로 평가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전 패전을 막지 못했다.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당시 항저우에서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윤봉우 KBS 해설위원은 “다른 나라처럼 연령별 국가대표팀을 일원화해 운영해야 한다"라는 소견을 전한 바 있다.
V리그 여자부 대표 선수들은 더 치열한 경쟁과 향상된 경기력을 자신하며 배구팬 사랑에 보답할 생각이다.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인해 다채로운 플레이를 하면서도, 국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다.
암흑기에 돌입한 여자 배구 대표팀과 그 근간인 V리그. 올 시즌 레이스는 그런 이유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