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요금 인하 신호탄일까. 멀티플렉스 3사 등 극장들이 11월말부터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7000원으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비롯한 극장들은 오는 22일부터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7000원으로 낮추는 것을 놓고 막바지 논의 중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영화관람료가 7000원으로 할인되는 만큼, 한 주 앞서 시행하는 걸 고려하고 있는 것. 극장들은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이 매주 수요일을 영화가 있는 날처럼 기획해 관객들의 관람을 유도하는 것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각 극장 측은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간 극장들이 영화관람료 인상을 검토하고 시행했지, 인하하는 것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주목된다. 실질적인 영화관람료 인하보다는, 이벤트성이긴 하나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동력으로 만들자는 논의이기 때문이다.
◇참담했던 여름-추석 극장가, 극장요금 인하 논의에 박차
극장들의 영화관람료 인하 검토는 사실 내부적으로 오래 동안 논의돼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이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자, 극장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그 결과 영화관람료는 평균 1만 4500원, 실질적으로 1만 5000원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영화관람료 인상은 오히려 극장을 찾는 관객을 큰 폭으로 줄어들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팬데믹 이전-영화관람료 3년 연속 인상 전인 2019년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는 2억 2667만 8777명이었는데 반해 2022년은 1억 1280만 5094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2023년은 10월까지 1억 66만 8401명이 찾아 올해는 1억 1000만 관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여름 극장가와 추석 극장가 등 대목으로 꼽히던 시즌에 관객이 많이 찾지 않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더 이상 작품 탓, OTT 등 다른 플랫폼 탓, 휴대전화를 오래 참지 못한다는 젊은 관객의 관람 패턴 탓 등 외부적인 요인 탓 만을 하기에는 인상된 영화관람료 탓이 지배적이라는 걸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극장요금 올랐지만 제작사에 돌아오는 몫은 그대로..심각한 공짜티켓 남발
극장을 제외한 각 영화산업 주체들이 영화관람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도 고민의 한 요인이 됐다. 극장들은 영화관람료 인상의 명분 중 하나로 영화산업 각 주체들에게 고른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했지만, 영화관람료는 인상된 반면 투자사 및 제작사들에게 돌아오는 몫인 객단가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1분기 영화관람료가 평균 9500원에서 2023년 1분기 영화관람료 평균은 1만4500원으로 인상된 반면 객단가는 2018년 1분기 7691원에서 2023년 1분기 8901원으로 밖에 늘지 않았다. 투자사에 돌아오는 몫은 대략 4250원 가량에서 4500원 가량으로 늘었다. 제작사에 돌아오는 몫은 투자사에 돌아오는 몫에서 나누는 만큼, 영화관람료가 5000원 가량 늘었지만 인상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빵원티켓, 스피드 쿠폰 등 마케팅 비용으로 소진되는 공짜티켓들이 남발되면서 제작사는 영화관람료 인상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짜티켓 남발은 심각하다. 1068만 2752명이 찾아 올해 최고 흥행성적을 쓴 ‘범죄도시3’의 극장 매출액은 1046억 8712만 5771원이다. ‘범죄도시3’ 관객수 곱하기 평균 영화관람료 1만 4500원을 곱하면 1548억 9990만 4000원이다. 실제 매출액과 500억원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 차이가 전부 공짜티켓 탓은 아니지만, 공짜티켓이 많은 몫을 차지하는 건 분명하다.
상황이 이런지라 영화 제작사쪽에선 영화관람료 인상으로 혜택은 별로 없는데 관객은 줄었기에, 영화관람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었다.
◇조삼모사란 지적 있지만..극장요금 인하 전기될 지 주목
그동안 극장 실무진들은 영화관람료 인하를 놓고 시간대별 차등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왔다. 문제는 영화관람료를 인하한다고 관객이 극장에 대거 몰려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 그렇기에 섣불리 시행하지 못했다. 실무진으로선 영화관람료를 인하했다가 관객이 늘지 않으면 책임을 뒤집어쓸 수 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매주 수요일 영화관람료 할인이 관객 증가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면 다양한 가격 차별 정책이 마련될 전기가 될 전망이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일주일에 하루만, 신작 개봉일인 수요일에만 영화관람료를 인하하면 결국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형국이란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주말에 움직일 관객을 개봉 첫날 오게 하는 효과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시간대별로, 요일별로, 다양한 할인 정책을 세워서 관객을 유도해야지, 이런 방식은 결국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극장들은 영화관람료를 마블영화나 할리우드 대작 개봉을 앞두고 인상했다”면서 “이런 인하 방식을 실행하려면 ‘더 마블스’ 같은 영화부터 시행 해야지, 한국영화를 시험 대상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가 있는 날 7000원 할인도 투자사와 제작사가 줄어든 금액 만큼 보전을 받는 게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 정책에 동의한 것인데 아무런 보전 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7000원으로 할인하는 건, 극장 좋은 일에 들러리 서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극장들이 공짜 티켓을 없애지 않으면서 수요일마다 가격할인을 하는 건, 결국 투자사와 제작사만 손해를 보는 일이라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이 같은 반대 의견들이 있기에 극장들은 각 영화산업 주체들이 매주 수요일 극장요금을 인하해 영화가 있는 날처럼 만드는 것에 대해 공론화로 합의가 이뤄지길 내심 바라고 있다.
과연 극장들이 매주 수요일 극장요금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 이런 움직임이 다양한 가격 할인 정책으로 이어질지, 11월 극장가를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