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가 다시 한번 발롱도르를 품으며 역대 최고 축구 선수 자리를 굳건히 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자신의 경쟁자들 치켜세우고, 세상을 떠난 고(故)디에고 마라도나의 생일을 언급하는 등 품격 있는 발언으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메시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주인공이 됐다. 발롱도르는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고, 1956년 처음 수상자를 선정한 뒤 올해로 67년째를 맞이했다. 세계 100개국 기자단의 투표를 점수로 매겨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축구선수가 수상할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메시는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되며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품었다. 그는 이미 2009~12·2015·2019·2021년에 발롱도르를 수상한 바 있다. 이 부문 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알 나스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만큼 메시의 2022~23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그는 이 기간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했다. PSG에선 공식전 41경기 21골 20도움을 기록, 리그1과 슈퍼컵 우승을 이뤘다. 인터 마이애미에선 2023 리그스컵에서 7경기 10골을 터뜨리며 창단 첫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을 이끈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다. 메시는 자신의 5번째 월드컵에서, 7경기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왕좌에 앉았다. 특히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두 팀은 120분 동안 6골을 주고받았는데, 메시는 2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가 해트트릭으로 응수했으나, 결국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이겼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은 물론, 득점왕 트로피 모두 메시에게 향했다. 메시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독일에 0-1로 패한 아픔을 말끔히 지웠다.
메시는 시상대에 오른 뒤 “내 동료들과 이 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며 공을 돌렸다. 이어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과 음바페를 잊고 싶지 않다. 그들은 아마 몇 년 안에 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끝으로 그는 “마라도나를 언급하고 싶다.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모인 이곳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그가 어디에 있든지, 그를 기억할 것”이라는 연설을 남겼다. 행사가 열린 10월 30일(현지시간)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의 생일이다. 메시의 연설이 끝나자,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