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32)가 '예상대로' LG 트윈스를 떠났다. 관심이 쏠리는 건 그의 보류권 여부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계약서에는 보류권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제10장 독점 교섭기간: 보류권] 항목에 따르면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25일(포스트시즌 경기 중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구단의 재계약 의사가 있음에도 계약에 이르지 못하면 해당 선수는 원소속구단의 동의 없이 5년간 국내 타 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
2022시즌부터 LG에서 뛴 플럿코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26승 8패 평균자책점 2.40이다. 지난해 15승에 이어 올 시즌에도 11승을 따내 전반기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왼 골반 타박상으로 1군 엔트리 제외된 뒤 복귀하지 않고 정규시즌을 마쳤다. 회복 상태를 두고 구단과 이견이 있었고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한 염경엽 LG 감독은 플럿코를 KS 구상에서 제외했다. 선수단과 분리돼 재활 치료를 하던 플럿코는 결국 지난달 2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결별 과정을 보면 구단에서 재계약 의사를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자유계약선수(FA)로 풀기도 애매하다. 플럿코는 '건강'만 보장하면 어느 정도 활약이 기대돼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릴 수 있다. KBO리그 적응을 이미 마쳤다는 건 큰 플러스 요인. LG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고 하더라도 이적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 LG가 플럿코의 보류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선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재계약 조건을 제시한 뒤 계약이 불발되는 구조를 만들면 그의 KBO리그 내 이적을 5년간 막을 수 있다. 차명석 LG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보류권을 하려면 그 친구랑 할 마음이 있다는 걸 KBO에 얘기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한국시리즈 다 끝나고 그때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류권은 외국인 선수 운영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어떤 선수가 묶이고 풀리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린다. 2015년 7월에는 KT 위즈가 삼성 라이온즈의 동의를 받고 저스틴 저마노를 영입했다. 저마노는 보류권 문제로 국내 이적이 불가능했지만, 삼성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 권리를 포기, 이적이 성사됐다. 2017년 11월에는 NC 다이노스가 팀 원년 멤버로 활약한 에릭 해커를 자유의 몸으로 내보냈다. 유영준 당시 NC 단장은 "보류권을 묶는 건 아닌 거 같다. 해커가 갈 수 있는 길도 만들어 줘야 하지 않나. 그동안 NC에서 잘 해줬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매너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리 샌즈(전 키움 히어로즈) 앤드류 수아레즈(전 LG 트윈스) 등은 보류권이 묶여 국내 이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2020년에는 카를로스 페게로가 원소속팀 LG에서 보류권을 풀지 않아 국내 이적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5년이라는 보류권 기간이 너무 길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악법"이라면서 "2년이면 너무 짧은 느낌인데 (현행 기준의 절반 이상인) 3년 정도가 적당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