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이 자신의 은사와 재회한다. 2010년대 후반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제는 ‘적장’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는다.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이 EPL 무대에서 재회하는 건 4년 만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트넘과 첼시는 오는 7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EPL 11라운드에서 격돌한다. 리그 무패(8승 2무)의 토트넘이 ‘런던 더비’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
이외 관심사는 또 있다. 바로 포체티노 첼시 감독의 토트넘 방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014~15시즌 처음으로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뒤, 6년간 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동시에 손흥민을 영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토트넘과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손흥민을 언급하면서, 그를 막을 방법에 대해 장난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지난 5일 포체티노 감독은 “내가 수비수로 뛰지 않을 것이다. 내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손흥민을 알고 있고, 그는 EPL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환상적인 선수다. 그에게 좋은 밤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토트넘과 재회한 것에 대해선 “정말 특별하다. 팬들의 반응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았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면서 “놀라운 추억이었다. 팬들이 어떻게 표현하든지 존중할 것이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여정을 보낸 클럽에 대한 내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현재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코치진은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 매우 좋은 팀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경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영국 매체 가디언은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에서 쌓은 유대감을 고려할 때 전 여자친구와 만나는 것과 비슷한지 질문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포체티노 감독은 “아내와 결혼한 지 32년이 됐다. 그 이전에 여자친구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라고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방문이 주목받은 건 그가 2010년대 후반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014~15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뒤, 첫 5시즌 동안 2위 1회·3위 2회·4위 1회·5위 1회 등 꾸준히 톱4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당시 델리 알리(에버턴)·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손흥민·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어지는 ‘DESK’ 라인은 EPL 최고 공격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당시 이들의 나이가 모두 20대 초중반이었던 만큼, 토트넘의 전성기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포체티노의 토트넘 시절 최고 하이라이트는 2018~19시즌이었다. 토트넘은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무대를 밟으며 창단 첫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노렸다. 당시 토트넘은 도르트문트(독일) 맨체스터 시티, 아약스(네덜란드)를 차례로 격파했다. 특히 아약스와의 4강전은 지금까지도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명승부 중 하나다.
기대를 모은 결승전, 토트넘은 경기 시작부터 페널티킥(PK)으로 실점해 끌려다녔다. 이어 후반에는 추가 골까지 얻어맞았다.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만회하지 못해 준우승으로 여정을 마쳤다. 역사적인 시즌 뒤, 토트넘은 이듬해 크게 부진했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2019~20시즌 리그 첫 12경기서 14위에 그친 뒤 팀을 떠났다.
비록 트로피는 없었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서 이룬 성과는 높게 평가받는다. 동시에 손흥민과의 궁합도 매우 좋았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7명의 감독(대행 포함)을 거쳤는데, 포체티노 감독 아래서만 203경기 출전해 75골 39도움을 올렸다. 출전 수·득점·도움 모두 최고 기록이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자신이 지휘한 선수들 중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게 손흥민이다.
‘제자’ 손흥민을 향한 포체티노 감독의 관심은 지난해에도 언급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방송 패널로 출연했는데,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3차전 당시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봤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결승 골을 도운 손흥민의 패스를 본 뒤 “오 마이 갓”을 외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약 4년 만에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의 만남이 이뤄졌다. 두 인연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전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