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으로 인한 실점, 찬스마다 번번이 나온 본헤드플레이까지. 오히려 수비는 상대 LG 트윈스가 더 탄탄했고, 안타도 8회까지 상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KT 위즈를 향해 웃었다. 숱한 위기를 넘긴 마운드의 힘 덕분이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KT는 우승 확률 74.4%를 획득했다. 역대 40번의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것은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29차례로 확률이 74.4%에 달한다. KT가 1차전 승리를 거두며 KS 우위를 점했다.
승리는 했지만 이날 KT의 경기는 순탄치 않았다. 1회 초 선취점을 올린 직후인 1회 말에 실책으로 실점 및 역전을 허용했고, 2회엔 번트 실패로 삼중살을 당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4회 동점 후 역전 기회에선 3루 주자 앤서니 알포드의 본헤드플레이로 홈 앞에서 주루사를 당해 역전에 실패했다. 7회에도 장성우가 홈 쇄도를 시도했지만 상대의 중계 플레이에 막혔다. 삼중살 포함 주루사만 세 번이나 나왔고, 홈 앞에서 두 번이나 주자가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KT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숱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투수들이 있었다. 이날 선발 고영표는 1회 2실점 이후 6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고 호투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몸에 맞는 볼도 두 차례 나왔지만 실점은 없었다. 4회 1사 1·3루 위기도, 5회 2사 1·2루 위기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후 KT는 손동현(2이닝)과 박영현(1이닝) 필승조를 투입해 점수를 유지, 결국 승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오늘 경기는 사실 초반에 빠르게 승기를 가져와서 여유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미스 플레이가 여럿 나왔다”라면서도 “끌려갈 수 있었던 경기를 선발 고영표가 위기관리 능력으로 좋은 피칭을 해줬고, 손동현이 2이닝을 막아주면서 마지막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라며 잘 던진 투수들을 칭찬했다.
LG가 가장 우려했던 모습이었다. LG는 미디어데이 때 KT의 선발진을 가장 크게 경계했다. KT 선발진을 빠르게 무너뜨리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고영표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고, 선수는 적지만 탄탄한 필승조도 함께 경계했지만 이겨내지 못했다. LG는 23일간의 휴식기로 무뎌진 경기감각 우려에도 호수비 3개와 많은 안타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KT 마운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KT는 8일 2차전 선발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내보낸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다만 올 시즌 LG전에선 세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1.45로 부진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서 7점대 평균자책점(7.36, 무승 2패)으로 LG에 약했던 고영표가 1차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만큼, 쿠에바스에게도 희망이 있다. 탄탄한 선발진이 장점인 KT가 2차전에서도 강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