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에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는 여전히 코트 위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2022~23) 5라운드(2023년 2월 1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 승리를 이끈 뒤 "은퇴 시점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당시 배구계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흘러나온 은퇴설에 자신의 입장을 전한 것.
이후 V리그 여자부는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연경은 여전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먼저 3승(2패)을 내주며 통합 우승을 해내지 못했다. 김연경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다시 흥국생명과 연봉 7억 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김연경은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나이가 들어 기량이 떨어진 모습을 배구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자신에게도 에이징 커브가 일어나는 건 필연이라고 본 것 같다.
김연경의 위력은 올 시즌에도 여전하다. 그는 지난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난적' 현대건설과의 2라운드 홈경기에서 올 시즌 최다 득점(30)을 쏟아내며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2 역전승과 리그 1위 수성을 이끌었다. 1-2로 밀리며 패전 위기에 놓인 4세트 초반, 팀이 올린 첫 10점 중 4점을 그가 해냈다. 경기 뒤 '패장'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김연경은 정말 못 잡겠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연경은 올 시즌 주요 공격 지표에서도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공격종합(공격 성공률) 1위에 0.05% 밀린 3위(46.24%) 총 득점은 5위(174점)에 올라 있다. 시간차 성공률(75.07%)과 퀵오픈 성공률(50.35%)는 각각 2위와 3위다.
가장 놀라운 지표는 리시브 효율이다. 45.79%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공격수 중에선 문정원(한국도로공사)에 이어 2위다. 12일 현대건설전에서도 직접 서브 리시브를 받거나 디그(상대 공격을 걷어올리는 수비)를 한 뒤 직접 공격에 가담해 득점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순발력만큼을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김연경은 여전히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받는 수비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연경은 "여전히 리시브는 배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목적타(특정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보내는 서브)를 받기 위해 버티고 (정신적으로) 회복하면서 점차 나아질 수 있다"라며 여전히 기본기를 강조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은퇴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연경. 그는 지난 시즌과 다른 마음가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다.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라는 생각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팬들은 여자부 현역 최고령 정대영(42·GS칼텍스) 정대영만큼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랄 것이라고 전하자 "(정)대영 언니만큼은 뛰지 못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코트 안팎 리더 역할도 여전히 김연경의 몫이다. 혈투였던 12일 현대건설전이 끝난 뒤에도 그는 "잔소리 좀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수훈선수로 선정되지 못하는 동료들을 돌아보며 "공격 점유율이 가장 높은 옐레나가 인터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매 경기 서브와 수비를 잘해주고 있는 (신성) 박수연도 소개하고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