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한국시리즈. 경기 개시 전후, 그라운드 안팎에서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LG가 마침내 염원을 이뤘다. 전적 3승 1패로 맞이한 13일 잠실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에 6-2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1990·1994년에 이어 역대 팀 3번째 이자, 29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홈런 3개를 치는 등 공·수 모두 맹활약한 주전 유격수이자 캡틴 오지환은 KS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고(故) 구본무 선대 LG 그룹 회장이 '미래의 MVP'에게 남긴 명품 시계(롤렉스)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KS는 한·미·일 3국 야구 리그의 한(恨)풀이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선 텍사스 레인저스가 창단 62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일본 리그(NPB)에선 한신 타이거스가 3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LG가 마지막 바통을 이어 받았다. 오랜 숙원을 이룬 LG의 여정에 야구팬 관심이 집중됐다. LG가 전국구 인기 구단이라는 점도 대흥행에 한몫했다. KS 풍경도 여느 해와는 달랐다.
◆ 주차 대란 원래 잠실구장의 주차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번 KS는 유독 교통난이 심각했다. 보통 방송·취재 인력은 경기 시작 3~4시간 전에 야구장에 출근한다. 평소대로 움직이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었다. 경기장 출입을 위해 기다리는 차량 행렬 탓에 진입조차 하기 어려웠다. 더 많은 주차 요금을 감당하면서도 최대한 빨리 축제 현장을 찾으려는 야구팬이 많았다.
◆ 역대급 VIP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프로야구 대표 사령탑 김응용·김성근·김인식 감독을 시구자로 초대했다. 이들의 제자이자 현역 시절 포수였던 홍성흔(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코치) 장채근(홍익대 감독) 박경완(LG 코치)가 시포자로 나섰다. 더불어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김하성 그리고 예비 빅리거 이정후도 이날 5차전을 찾았다. 구광모 LG 그룹 회장도 1차전에 이어 다시 축제 무대를 빛냈다.
◆ 넉넉한 잔치 준비 어차피 5차전은 KT의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 시리즈 기세, 통상적인 양상을 고려해 LG의 5차전 승리, 우승 확정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LG 입장에선 우승 세리머니도 준비해야 했다. 5차전은 이미 경기 전부터 LG 우승 축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구단 관계자뿐 아니라 외부 인력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후했다. 근사한 전복 갈비탕이 나왔다. 이를 담는 그릇도 범상치 않았다. 마치 우승을 미리 자축하는 것 같았다.
◆ 관중 난입 29년 한이 풀린 순간. 일부 팬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LG는 6-2로 앞선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배정대에게 2루수 뜬공을 유도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더그아웃 LG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고, 야구장을 가득 메운 LG팬은 열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팬이 그라운드로 들어갔고, 선수들과 어울려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전 요원 인도 속에 퇴장할 때까지 이들은 손을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보완 차원에선 웃지 못할 일이었지만, LG KS 우승이기에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장면이기도 했다.
◆ 롤렉스 주인 자격 지난 1998년 구본무 회장은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 우승하면 KS MVP에게 전달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무려 29년 동안 금고에 잠들어 있던 시계는 LG가 우승을 확정한 뒤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KS에서 MVP에 오르며 롤렉스 주인 자격을 갖춘 오지환은 우승 확정 뒤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차고 다니기엔 부담이 된다. 그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고 싶다. 구장이든 어디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구광모 회장님께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라는 속내도 밝혔다.
◆ 즉석 사인회 KS MVP 오지환과 5차전 MVP 박해민은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던 중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염경엽 LG 감독 인터뷰가 한창이었고, 짬을 내서 팬들과 만나려고 한 것이다. 한파 속에서도 즉석 팬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 요청에도 일일이 임했다.
◆ 메달 깨물 염경엽 LG 감독은 진중한 편이다. LG 감독이 된 뒤 세리머니가 많아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려는 의도가 커 보였다. 하지만 이날 우승을 확정한 염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인터뷰실에 들어오자 마자 요청을 받은 것도 아닌데, 우승 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로 매력적인 섬네일을 선사했다.
◆릴레이 응원가 정규시즌 경기가 끝난 뒤에도 종합운동장역 5·6번 출구 사이에서 한 잔을 기울이는 팬들이 많았다. 우승이 확정된 날, 자정이 넘을 때까지 우승을 만끽하는 팬들의 응원곡 열창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