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일찌감치 규모가 더 큰 구단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던 가운데 소속팀 울버햄프턴도 재계약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황희찬 입장에선 여러 선택지를 두고 향후 거취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울버햄프턴이 황희찬 측과 새로운 계약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은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황희찬도 게리 오닐 감독 체제에서 뛰는 걸 만족하고 있다. 구단 역시 황희찬의 최근 경기력에 대한 보상으로 개선된 계약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만 괜찮다면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디애슬레틱은 앞서 다음 시즌 EPL 구단들의 선수단 계약 상황을 조명하면서도 황희찬의 재계약 가능성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매체는 “무서운 득점력으로 새 시즌을 시작한 황희찬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 기간이 2년 남는다. 조만간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울버햄프턴 구단 입장에선 ‘의외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차린 셈이다.
황희찬은 지난 2021년 여름 독일 라이프치히를 떠나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하면서 5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아직 계약이 2년 7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계약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흔치는 않은 일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기 위해 그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경기(선발 9경기)에 출전해 무려 6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6골은 팀 내 1위는 물론 EPL 전체 득점 순위에서도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황희찬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 선수들의 기록이 2골이니 황희찬의 팀 내 존재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격 포인트(8개) 수도 파울루 네투(1골·7도움)와 공동 1위다.
중요한 순간에서 터진 득점포가 유독 많았다. 경기 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더 코리안 가이’ 지칭으로 화제가 됐던 맨체스터 시티전에선 결승골을 넣었다. 리버풀, 애스턴 빌라전에선 귀중한 선제골을, 크리스털 팰리스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선 팀을 구해내는 중요한 동점골을 넣었다. 이같은 활약으로 황희찬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울버햄프턴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다. 9월엔 2위, 10월엔 1위로 당당히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 입지를 다졌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더욱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황희찬이 기록 중인 이번 시즌 유효 슈팅 수는 단 6개다. 골문 안쪽으로 향한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전체 슈팅 중에서 득점으로 연결된 골 전환율 역시 EPL 1위다. 헤더로 2골,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2골씩 기록한 득점 루트 역시도 매우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저돌적인 돌파 능력뿐만 아니라 이젠 결정력까지 갖춘 공격수가 됐다.
이미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황희찬의 유럽 빅리그 한 시즌 리그 최다골은 지난 2021~22시즌 울버햄프턴 입단 첫 시즌의 5골이었다. 올 시즌 이미 6골로 당시 기록을 넘겼고, 사상 첫 EPL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기세라면 유럽 진출 이후 개인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도 바라볼 수 있다. 황희찬의 기존 기록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절 12골을 넣었던 지난 2016~17시즌이 커리어 하이다.
특히 홈팬들을 연일 열광시키면서 팀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시작으로 홈에서만 6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1877년 창단한 울버햄프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울버햄프턴 안방인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던 많은 홈팬들에게 늘 값진 선물들을 안겼으니 팀 내 입지가 두터워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가뜩이나 황희찬을 주시하는 구단들이 많은 상황에서 재계약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니 황희찬도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신중하게 판단을 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여름 황희찬은 토트넘, AS로마 등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울버햄프턴 재정난과 맞물려 이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황희찬은 우선 울버햄프턴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정난과 맞물려 일각에서 흘러나왔던 이적설과는 무관하게 훌렌 로페테기 당시 감독이 황희찬의 이적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 시즌에 돌입한 뒤 연일 뜨거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니 황희찬을 주시하는 팀들도 자연스레 더 늘어날 전망이다. 측면은 물론 2선 전 지역과 최전방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스피드와 돌파력, 여기에 올 시즌 득점력까지 눈을 뜬 흐름이니 울버햄프턴보다 더 강한 팀들 입장에서도 군침이 흐를 만한 자원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빠르게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도 다른 구단들의 이같은 관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제 선택권은 황희찬에게 있다. 현재 소속팀은 물론 자신을 노리는 다른 구단들도 존재하는 만큼 여러 가지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1996년생으로 공격수로서 최전성기에 돌입하는 시기인 만큼 더욱 고심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황희찬은 그동안 거취를 두고 고민할 때마다 꾸준한 출전 시간의 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잡았다. 여기에 울버햄프턴의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할 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출전 등 더 큰 무대를 누빌 수 있을 만한 팀도 이제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황희찬의 UEFA 클럽대항전 출전은 라이프치히 시절 UEFA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던 2020~21시즌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황희찬에게 중요한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 금전적인 부분도 슬슬 고민할 때가 됐다. 카폴로지에 따르면 황희찬의 현재 주급은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로 추정된다. 팀 내에서도 중위권 수준에 그치고,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울버햄프턴이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겠지만 팀 내 최고 주급 선수도 9만 파운드(약 1약 4600만원)에 불과한 파블로 사라비아라는 점에서 상승폭도 그리 크진 않을 전망이다. 황희찬이 원하는 출전 시간이 보장되는 데다 계약 조건도 훨씬 좋다면 황희찬도 새로운 도전을 택할 수 있다.
만약 황희찬이 새로운 도전으로 결심이 서서 울버햄프턴과 재계약하지 않으면, 황희찬의 거취를 둘러싼 이적설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울버햄프턴 구단 역시도 황희찬과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높은 이적료를 책정해 이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구단 재정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황희찬을 계속 품고 있기보다는 치솟는 황희찬의 몸값 속 이적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다. 계약 만료가 다가워질수록 황희찬의 이적료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황희찬을 이적시키기 위한 울버햄프턴 구단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 있다.
한편 황희찬은 현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싱가포르와의 1차전에서도 헤더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최근 A매치에서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황희찬이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하게 될 중국전은 오는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