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으로는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여전히 팬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최근 A매치 4연전을 모두 이겼다. 출범 후 5경기에서 3무 2패라는 역대 최악의 출발을 뒤로하고,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이와 달리,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팬심’은 여전히 차갑다. 팬들은 부임 후 잦은 외유·재택근무 논란이 된 그를 곱게 보지 않았다.
팬들의 야유가 와 닿은 건 지난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이었다. 킥오프 30분 전, 선발 선수와 사령탑이 공개되자 팬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선수들에겐 열띤 환호, 클린스만 감독에겐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은 튀니지를 4-0으로 크게 이기며 박수를 받았는데, 이날 유일하게 야유를 받은 인물이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나흘 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는 사뭇 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야유 대신 작은 박수가 나왔다. 이어 이날 경기에선 6-0으로 크게 이기는 등 골 폭풍을 선보였다.
정확히 한 달 뒤인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클린스만호는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A매치에 임했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155위의 싱가포르였지만,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었던 만큼 중요한 시험대였다.
‘연속성’을 강조한 클린스만 감독은 최정예를 내세웠다. 다만 팬들 사이에선 ‘아무리 2차 예선이어도 유럽파를 모두 출전시켜야 하냐’라는 의견도 있었다. 주축 선수들이 유럽에서 강행군을 펼치고 온 터라, 싱가포르를 상대로는 로테이션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팬들의 의견과 달랐던 탓일까.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다시 야유가 울려 퍼졌다. 바로 직전 호명된 손흥민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려졌다.
이날 한국은 싱가포르를 5-0으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두고도 팬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먼저 경기 중 큰 충돌로 쓰러진 손흥민을 교체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어 이강인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시선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축구 선수가 아닌, 연예인급 대우를 받고 있다. 겸손하게 노력하고 성장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런데 공개석상에서 매번 이강인의 활약과 성장을 치켜세웠다.
클린스만호의 최근 결과를 보면 최근 5경기 4승 1무 16득점으로 빼어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대비해 팀을 만들어가는 프로세스다. 한국 역대 최악의 감독으로 꼽히는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도 국가대표 지휘봉을 맡고 A매치 8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팬들은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의 과정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