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장충 2라운드를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는 차상현(왼쪽) GS칼텍스 감독과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사진=KOVO
"어휴, 어휴…."
여자 프로배구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지난 22일 치른 홈(장충체육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전을 마친 뒤 인터뷰실로 돌어오며 내뱉은 한숨이다. 그는 "도로공사를 4번이나 더 만나야 하네요"라며 탄식했다.
GS칼텍스는 도로공사전에서 132분 혈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먼저 1·2세트를 잡고 승기를 잡았지만, 3·4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주포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가 살아난 5세트에서 15-10으로 이겼다.
GS칼텍스는 도로공사전 전까지 승점 17(6승 3패)을 기록하며 V리그 여자부 2위를 지켰다. 도로공사는 승점 11(3승 6패)로 6위였다. 정규리그 초반 전력과 기세에서 우위에 있는 GS칼텍스가 유독 도로공사전에선 어려운 승부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치른 1라운드 맞대결에서도 먼저 1·2세트를 내준 뒤 간신히 3~5세트를 잡고 승리했다.
차상현 감독은 "오늘(22일)도 3세트 중반까지는 이기는 리듬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경기력이 흔들렸다. 콕 짚어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도로공사전에서 유독 상대 페이스 흐름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차 감독은 "만약 졌다면 타격이 큰 경기였다. 이긴 게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사진=KOVO
GS칼텍스는 이날 도로공사전까지 팀 공격 성공률 1위(43.28%)를 기록했다. 차상현 감독도 "우리는 공격력으로 밀어붙이는 팀"이라고 했다. 팀 서브도 세트당 1.436개로 1위다.
도로공사는 최근 4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된 임명옥, 원래 주 포지션은 공격수지만 국가대표팀에서 리베로를 맡을 만큼 디그(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가 좋은 문정원이 버티고 있다. 올 시즌도 팀 리시브 효율 부문 1위(40.07%)다.
GS칼텍스는 팀 블로킹이 세트당 1.353개에 그칠 만큼 제공권 싸움에선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들블로커(센터) 라인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얘기다. 도로공사는 에이스였던 박정아(페퍼저축은행)가 이적하며 측면 공격력이 약화했다. 결국 측면 공격이 유독 좋은 창(GS칼텍스)과 수비만큼은 단단한 방패(도로공사)가 계속 부딪히다 보니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령탑 사이 라이벌 구도도 치열한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차상현 감독과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1974년생 동갑내기이자, 울산 중앙중·마산 중앙고에서 함께 운동하며 우정을 쌓은 막역한 사이다. V리그 미디어데이 행사마다 유쾌한 설전을 펼치곤 했다. 이날(22일) 경기 전에도 코트 밖에서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경기 운영 스타일과 장단점을 잘 안다.
GS칼텍스와 도로공사의 앞선 1·2라운드 맞대결은 모두 GS칼텍스 홈에서 열렸다. 3라운드는 내달 25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매치로 열린다. 나흘 뒤인 29일 바로 4라운드 1차전도 두 팀이 만난다. 다시 한 번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