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31·노리치 시티)를 향한 여론은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 성행위 불법 촬영 혐의를 받으면서도 추가 의혹이 계속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동영상 유출에 관한 피해를 호소했던 황의조가 지난달 불법 촬영 혐의에 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유포됐을 당시에는 ‘선수의 사생활’이라며 그를 감싸는 여론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황의조가 경찰 조사까지 받은 후에도 태극 마크를 달고 중국과 A매치에 출전하면서 팬들의 분노는 정점을 찍었다.
기류가 심상치 않자 대한축구협회(KFA)는 뒤늦게 황의조 사건에 관한 회의를 열고 국가대표 자격을 일시 박탈했다. ‘KFA의 결정이 옳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건이 종결되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무죄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으니, 황의조를 옹호하는 팬들이 적게나마 존재했다.
흔히 스타,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특정 혐의에 휘말리면 ‘중립 기어(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다)를 박는다’고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유명인들을 죄인 취급하지 말자는 취지다.
하지만 황의조에게는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도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 그의 대처가 대중의 반발심을 샀기 때문이다. 황의조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지난달 불법 촬영 의혹에 대해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대 여성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을 공개했다. 당연히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일었고, 그를 두둔하던 지지자들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끝이 아니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늘어났고, 의혹이 점점 불어나면서 황의조를 향한 팬심은 더욱 차게 식었다. 최근 피해자 측이 아닌, 또 다른 여성은 황의조가 영상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동의 없이 노출 영상을 녹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황의조의 죄가 있다고 속단하기 이르지만, 악한 정황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손가락질받고 있다.
황의조의 유무죄 여부는 이제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해서 발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 ‘국가대표’가 성 추문 논란을 일으켰다는 자체로 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몇몇은 ‘감방에서 축구를 하게 생겼다’는 마냥 웃지 못할 이야기도 하고 있다. 국가대표 커리어를 우려하는 단계가 아닌 ‘자연인 황의조’의 인생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황의조의 2차 가해 의혹을 두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는 밝힐 수 없으나, 충실하고 탄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 상황이다. 팬들도 황의조가 일으킨 추문을 ‘중립 기어’ 포지션으로 볼 수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