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부임 2년 만에 화성FC를 K3리그 정상으로 이끈 강철(52)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성의 우승을 이끌고 올 시즌 K3리그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기쁜 자리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다음 시즌 화성을 이끌고 선수들과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탓이다.
올 시즌 우승에도 불구하고 화성 구단은 다음 시즌 사령탑에 대한 공개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다음주에 새 사령탑 선임 소식이 나올 예정이다. 강철 감독은 12위까지 떨어졌던 화성을 두 시즌 만에 정상으로 이끄고도 구단에 지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팀의 우승을 이끈 뒤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한 질문에 깊은 한숨과 함께 “난해한 질문인데, 잘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강 감독은 7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에서 열린 2023 K3·K4 어워즈를 마친 뒤 “2년 동안 정말로 저희 선수들과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게 퇴색되지 않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발전된 화성FC가 됐으면 좋겠다”며 “(거취는) 다음 주에 아마 결과가 나올 것 같다. 현재 상황은 제가 봤을 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윗분들이 판단하실 거다. 저는 그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휘봉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는 뜻이다.
사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뒤 밝힌 소감에도 불투명한 거취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강철 감독은 “올 한 해 감독으로서 행복했다.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좋은 선물을 줬고, 지도자상까지 받게 됐다. 고생한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면서 “이게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더 발전된 화성FC가 되기를 기원하겠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다음 시즌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구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뉘앙스가 강했다.
불투명한 거취 탓인지 강철 감독은 우승 시즌을 돌아보면서도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연신 전했다. 그는 “올 시즌 고비는 홈에서 열린 FC목포전이었다. 항상 선수들에게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하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급했다. 전술적으로 후반에 변화를 주면서 대량 실점을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베테랑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 간 신구조화를 잘 맞춰서 응집력 있게 다음 경기 준비를 잘했던 게 올해 우승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철 감독은 “이렇게 지도자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선수들한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면서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개막 17경기) 무패 행진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가 특별히 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선수들을 믿었다. 운동장의 주인공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경기를 잘 치러줬다”고 덧붙였다.
그런 강철 감독을 향해 선수들은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화성FC는 지난 2021시즌 12위까지 추락했지만, 강철 감독이 부임한 2022시즌 6위에 이어 올해는 정상까지 올랐다. 덕분에 베스트11의 절반 가까운 5명은 화성 선수들로 꾸려졌다. 영플레이어상 역시도 화성 소속의 장영우였다.
이날 K3리그 베스트11 골키퍼상을 수상한 김진영은 “축구 선수로서 정체기가 있었는데, 강철 감독님을 만나서 축구를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다시 축구의 불씨를 살려주신 강철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베스트11 미드필더 양준모 역시 “화성FC가 우승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은 고참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강철 감독님께서 잘 이루어주신 덕분이다. 감독님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고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행복하게 뛸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감독님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팀을 정상으로 이끈 감독이자, 선수들이 감사함과 존경심을 표현하는 사령탑인데도 정작 동행 여부는 불투명한 아이러니한 상황. 화성시와 화성FC 구단의 결정에 축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