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14라운드 원정 맞대결에 선발 풀타임 출전한 그는 팀의 1-5 참패를 막지 못했다. 김민재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던 장면은 아니었지만, 수비진 핵심으로서 5실점 대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실제 독일 빌트 등 현지 언론들은 김민재 등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에 혹평을 가했다. 빌트는 수비진 모두에게 최하점인 6점을 줬다. 빌트 평점은 1~6점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좋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최하점인 6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김민재를 콕 집은 혹평도 나왔다. 독일의 전 국가대표 수비수 토마스 헬머는 빌트TV를 통해 “개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팀으로 뭉치진 못했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몇 번의 경합에선 이겼지만 실수도 꽤 많이 했다. 노련하지만 겁을 먹었다. 프랑크푸르트가 몇 차례 압박하자 공을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김민재로선 자존심이 크게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곧바로 찾아왔다. 무대는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승점 13(4승 1무)으로 16강은 물론 조 1위까지 확정했다. 2위 코펜하겐(덴마크)과 격차가 8점이나 날 정도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엄밀히 말하면 큰 비중을 둘 경기는 아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참패를 당한 분위기는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닷새 뒤 3위 슈투트가르트와 경기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민재의 선발은 기정사실이다.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여전히 센터백 자원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둘만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자원들을 임시로 센터백에 기용할 순 있겠으나 굳이 무리수를 던질 경기는 아니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물론 UEFA도 김민재의 선발 가능성을 예측한 배경이다.
김민재로선 '보란 듯이' 지난 프랑크푸르트전 아쉬움을 털어낼 무대이기도 하다. 만약 맨유 공격진을 상대로 다시 한번 괴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자신을 향한 현지 비판 여론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마침 지난 9월 맨유와의 첫 맞대결에서도 김민재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양 팀 통틀어 7골이나 터진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됐고, 바이에른 뮌헨도 3실점을 허용했지만 김민재의 치명적인 실수까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가장 많은 클리어링과 패스를 기록하며 수비와 후방 빌드업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에선 수비진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을 정도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김민재의 존재감이 빛난다는 건 맨유엔 ‘절망’을 안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맨유는 승점 4(1승 1무 3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데, 극적인 16강 진출을 위해선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반드시 골을 넣고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맨유 입장에선 바이에른 뮌헨에 승리하고, 같은 시각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가 승부를 가리지 못해야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맨유가 이기면 승점 7이 되고,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가 비기면 두 팀 모두 승점 6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민재가 맨유전에서 다시 맹활약을 펼치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면,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가능성엔 그만큼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건 지난 2020~21시즌 이후 3시즌 만이다. 반대로 맨유가 극적으로 16강에 오른다면 김민재가 버틴 바이에른 뮌헨 수비가 또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민재를 향한 현지 비판이 또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