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 패리스 배스(28·2m7)가 독보적이었던 서울 SK 자밀 워니(1m99㎝·29)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스는 지난 1일 부산 KCC전에서 홀로 44점을 맹폭했다. 지난달 17일 기록했던 43점을 넘는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이날 활약으로 경기당 평균 25.3점을 기록한 배스는 잠시 워니를 넘고 이 부문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곧바로 서울 삼성전에 출전한 워니가 31점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을 평균 25.7점으로 올려 3시간여 만에 선두를 재탈환했다.
같은 스코어러여도 유형은 전혀 다르다. 센터인 워니는 골 밑 수비를 뚫어내는 파워를 지녔고, 주 무기는 공을 살짝 띄워서 림을 통과시키는 플로터다.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천천히 떠올라 상대 수비를 당황하게 만든다.
포워드인 배스는 높은 신장과 긴 팔에 빠른 스피드까지 보유했다. 상대 수비를 손쉽게 제치는 건 물론 3점슛도 쏠 줄 안다.
배스의 활약으로 워니의 독주 체제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 프로농구 5년 차인 워니는 외국인 최우수선수(MVP)만 벌써 세 차례나 탔다. 미국프로농구(NBA) 경험을 갖춘 선수들도 한국을 찾지만, 언제나 가장 꾸준하고, 마지막에 웃는 건 워니였다.
'올해의 도전자'는 배스다. 배스는 1일 경기 후 누가 프로농구 최고냐는 질문을 받자 "당연히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는 "난 그렇게 믿지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배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KT는 1일 경기 2쿼터 초반까지 14점 차로 앞섰지만, 허훈·하윤기 등 국내 선수들이 기복으로 역전을 허용하고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배스가 홀로 팀 득점을 책임져 호각세를 지킨 끝에 4쿼터 역전승에 성공했다. 국가대표 라건아와 송교창이 막아섰지만, 배스의 스피드를 막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워니의 활약도 똑같았다. SK도 1일 삼성전에서 흔들렸지만, 워니가 홀로 31점을 몰아쳤다. 특히 삼성의 추격이 맹렬했던 4쿼터, 야투 성공률 60%(10회 중 6회 성공)의 순도 높은 활약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후반 팀 37점 중 25점, 4쿼터 20점 중 14점을 그가 담당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동료들을 향한 신뢰가 두텁다. 배스는 "나도 팀원들을 믿고, 팀원들도 나를 믿는다. 서로 그걸 안다"며 "내가 1옵션이지만, 공격 때도 팀원들을 더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오늘도 그게 잘 이뤄진 결과"라고 했다. 워니도 "동료들이 나를 믿고, 나도 동료들을 믿었기에 (승부처인) 4쿼터 때 더 집중했다"고 공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