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도 20시간 만에 사라졌다.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선 중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고 짐을 쌌다.
세르비아 출신의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24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3위 4개 팀까지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2일 3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한 중국도 조금의 희망이 있었지만, 같은 날 옆 조의 시리아가 인도를 상대로 골을 넣는 순간 모든 게 끝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9위인 중국은 개최국 카타르(58위) 타지키스탄(106위) 레바논(107위)과 A조에서 경쟁했다. 내용은 무색무취였다. 타지키스탄, 레바논과 득점 없이 비긴 중국은 16강 진출을 일찍이 확정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카타르에 패했다. 2무 1패, 0득점 1실점. 중국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퇴장했다.
지금껏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자취를 남기지 못한 중국이지만, 이번 대회 탈락은 유독 충격이 큰 사건이다. 아시안컵에 통산 13차례 나선 중국이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탈락은 2011년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개최지 역시 카타르였다. 중국은 2015년과 2019년 대회 때는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타지키스탄에 2위 자리를 내주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중국 매체 소후 닷컴은 “치욕적인 탈락이다. 그저 무승에만 그쳤다면 팬들은 이 정도로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타지키스탄, 레바논을 상대로도 한 골도 못 넣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3경기 무승, 그것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을 바라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로또 당첨처럼 희박했던 중국의 희망은 카타르와 최종전을 마친 20시간 뒤, 시리아와 인도 경기에서 골이 터지면서 산산이 조각났다. 소후 닷컴은 “시리아 오마르 크리빈이 터뜨린 골이 축구대표팀에 사형을 선고했다”며 최종 탈락 소식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16강전을 대비한 것이 아니라 훈련을 멈추고 일찍이 고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 것은 잘한 일이 됐다. 중국 대표팀은 24일 오후 4시께 베이징 다싱 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해산할 예정이다.
중국을 이끈 얀코비치 감독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고국인 세르비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중국 내에서는 얀코비치 감독을 당장 경질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