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UAE)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쓴 잔을 들이켰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꼽히는 타지키스탄에 끌려가더니,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UAE(FIFA 랭킹 64위)는 2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 타지키스탄(106위)과의 경기에서 120분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5로 졌다.
타지키스탄은 16강 대진 중 가장 약체로 꼽힌 팀 중 하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UAE가 42계단이나 위에 있는 등 우세가 점쳐진 배경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앞서나간 건 타지키스탄이었다. 점유율은 UAE에 밀렸지만, 적절한 역습을 섞어 꾸준히 UAE를 위협했다. UAE는 많은 슈팅으로 압박했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제골도 타지키스탄의 몫이었다. 전반 30분 바흐다트 하노노프가 절묘한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세를 탄 타지키스탄은 후반에도 UAE를 압도했다. 벤투 감독은 일찌감치 교체 카드를 꺼내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한 건 타지키스탄이었다. 타지키스탄은 후반에만 3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UAE는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났을 무렵, 간접 프리킥 기회에서 할리파 알하마디가 헤더로 골망을 가르며 간신히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벤투 감독이 물병을 걷어차는 등 이례적으로 기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연장에선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대회 첫 승부차기에 나섰다. UAE는 2번째 키커 카이우 켄두가 실축했고, 타지키스탄은 5명이 모두 성공하며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벤투 감독은 “경기는 어려웠고, 패배는 고통스러웠다.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해야 했다”면서 “먼저 상대 팀에 축하를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반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점유율을 가져갔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후반에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승부차기에서 졌다. 공평하지 않은 결과였다”라고 돌아봤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7월 UAE 부임 후 첫 6경기에 모두 승리하며 기세를 탔지만, 아시안컵에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더욱이 UAE가 지난 2개 대회에서 모두 4강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다소 밑돈 결과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을 이끌고 나선 지난 대회에서도 카타르에 일격을 맞아 8강에서 고배를 마신 기억이 있다.
한편 타지키스탄이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 대회 데뷔전에서 8강 무대까지 오르는 새 역사를 이어갔다. 대회 8강에 오른 타지키스탄은 이라크-요르단전 승자와 오는 2월 2일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