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파격적이고 실화가 주는 울림은 깊이 있다. 여기에 탁월한 연출력이 더해져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라는 기부 형태의 관람 방식을 채택한 자신감엔 확실히 근거가 있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근무한 팀 밸러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팀 밸러드는 2006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아이를 구출하기 위한 잠복 구조 임무를 진행, 범죄자를 체포하고 피해 아동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 아동은 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까지 가게 됐을까. 인간은 자유롭고 모든 인권은 천부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21세기에 여전히 납치돼 팔려나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이 충격적인 아동 인신매매를 영화는 마치 탐사 보도 프로그램처럼 고발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건 수많은 소아성애자들을 잡은 베테랑 요원 팀 밸러드(제임스 카비젤). 어느 날 그는 참혹한 아동 인신매매의 실체를 알게 되고 미겔(루카스 아빌라)이라는 한 아이를 구하게 된다. 이 아이로부터 자신이 누나와 함께 납치됐으며 행방을 전혀 알지 못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의 요원직을 걸고 미겔의 누나인 로시오(크리스탈 아파리시오)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아동 인신매매와 소아성애는 ‘사운드 오브 프리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자칫 잘못 풀었다간 영화가 가진 좋은 의도가 퇴색될 수 있었을 터다.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감독은 자극적인 소재가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매우 조심한 모양새다. 불필요한 묘사를 줄이고 대신 얼굴 클로즈업샷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인물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납치되는 장면의 CCTV 화면을 오프닝에 배치,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팀 밸러드가 로시오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쥐고 가는 데 성공한다. 특히 팀 밸러드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지역으로 홀로 이동하는 후반부부터는 손에 땀을 쥐는 전개가 이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로시오를 찾겠다고 들어간 사지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색을 이어가는 팀 밸러드. 그가 무기 하나 없는 혈혈단신의 몸으로 기관총으로 무장한 이들 사이에서 로시오를 구출해내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액션 영화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배우들이 가진 연기의 깊이감은 클로즈업을 통해 더욱 살아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 역으로 이미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제임스 카비젤은 ‘사운드 오브 프리덤’에선 납치된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소명을 어깨에 진 베테랑 요원이자 다섯 아이의 아빠로 분해 무게감 있는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조커’, ‘다크 워터스’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빌 캠프는 한때 범죄 조직에 몸담았으나 남은 삶은 피해자들을 위해 바치기로 한 밤피로 역을 맡아 흡인력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매년 800만 명 가량의 아이들이 실종돼 팔려나가는 참혹한 아동 인신매매의 실태를 폭로하면서도 스토리의 완결성, 박진감 있는 전개 등 영화가 가진 미덕을 놓치지 않은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131분의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