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로 12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37)이 벌써부터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공'을 던기지도 전에 '말'로 그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전날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 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로 비공개)에 계약한 류현진은 무려 12년 만에 친정팀 복귀를 확정했다. 출국 인터뷰에서 그는 한화팬, 나아가 한국 야구팬 모두를 설레게 했다.
"(목표는) 우승이다. 한국시리즈(KS) 우승, 그 외에는 없는 거 같다."
류현진은 인터뷰에서 우승을 언급했다. 2009년 최하위에 떨어진 뒤 긴 침체기를 겪은 한화는 그동안 '우승'을 입에 담지 못했다. 노시환과 문동주가 급성장해 맞이한 올 시즌에도 가을 야구 진출이 현실적인 목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 통산 78승(48패)을 거둔, 아직 젊은 류현진이 돌아왔으니 얘기가 달라졌다. 마운드의 핵심, 팀의 리더가 될 그의 말에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 중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류현진은 지체하지 않고 '우승 외에는 다른 목표가 없다'고 했다.
물론 우승은 당장의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가 머잖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팬들에게 심어주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15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류현진의 커리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경기 운영 능력은 MLB에서도 톱클래스였다. 다만 팔꿈치와 어깨 등 수술 여파가 얼마나 있을지가 변수다. 지난해 빅리그에 복귀해 노련한 피칭을 보여줬으나, 직구 스피드가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류현진은 "(한화와 계약 전 개인 훈련에서) 실내 피칭 투구 수를 65개까지 끌어올렸다. 오늘 (오키나와에) 가자마자 바로 훈련할 거 같다"며 "올해 목표는 가을 야구 진출이다. 건강만 하다면 이닝이나 기록은 충분히 따라올 거로 생각한다"면서 150이닝 투구를 개인 목표로 밝혔다.
류현진이 떠난 뒤 오랫 도안 에이스 부재에 시달렸던 한화 팬들로서는 그가 건강에 대한 자신감, 이닝 이터로서의 책임감을 전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MLB에 미련) 없다."
류현진은 올겨울 MLB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지난주까지 여러 빅리그 팀과 협상했다. 그의 커리어를 보면 충분히 MLB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한화 복귀를 선택했다.
취재진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은 없나"라고 묻자 류현진은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MLB 선수들이 한국에 오고도 빅리그 재진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단칼에 잘랐다. 마치 MLB에서 전성기를 달릴 때 "힘 떨어지기 전에 한화로 돌아오겠다"고 했을 때의 단호함 같았다.
김식 기자 see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