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를 넘어 한국 야구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원태인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팀을 상대로도 호투를 펼쳤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습경기에 등판한 원태인은 2이닝 동안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탄탄한 투구를 보였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 타자들과의 맞대결. 이날 원태인은 최고 149.5㎞(92.9마일)/h의 공을 던졌다.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던진 공이었다. 초반부터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후 위기도 있었지만 원태인은 주 무기 체인지업으로 빅리그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3회 말 1사 1루에서는 '슈퍼스타' 매니 마차도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시키며 미소를 지었다.
원태인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선수단도 홀렸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원태인이 정말 대단한 변화구를 던졌다”라고 칭찬했다. 실트 감독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원태인과 상대한 뒤, 체인지업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원태인의 변화구가 갑자기 휘어들어 왔다”라며 극찬을 이어갔다.
원태인은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확신에 환하게 웃었다. 원태인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와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고 싶다고 했는데 실현이 됐다"라면서 "일부러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졌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져 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좀 더 얻고 싶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만족해했다.
원태인은 이미 삼성과 국가대표에서 우완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지만,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에는 미국에서 2022년 만장일치 ‘사이영상’ 투수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를 만나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였다. 이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9월 2021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험도 쌓았다.
원태인은 경기 전날 로스에인절스(LA) 다저스의 1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만나 그의 주 무기 커브 노하우와 투구 밸런스 조언을 받은 바 있다. 원태인은 다음날 그 커브를 바로 실전에서 실험했다. 안타를 맞을 각오로 메이저리거들에게 시험해 보고 싶었다. 원태인은 "안타는 맞았지만 시도에 의미를 두고 싶다"라며 웃었다.
지난해부터 태극마크를 네 번이나 연달아 달고 미국 메이저리거들까지 상대했다. 향후 일본프로리그(NPB) 진출이 꿈이라는 그는 서울 시리즈를 통해 값진 자양분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