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광주 KIA-롯데전에선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었다. 5회 초 1사 후 안타로 출루한 황성빈이 2루로 뛰는 동작을 5~6번 정도 반복한 것이다. 왼손 투수로 1루를 바라보고 서 있던 양현종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경기를 중계한 이대형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황성빈이) 춤을 굉장히 잘 춘다. 테크노 댄스인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현종은 포수를 불러 잠시 휴식한 뒤 투구를 이어갔다.
평정심을 되찾은 양현종은 2사 후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1·3루 위기에서 전준우를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날 최종 경기 기록은 5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 1실점.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팀은 2-1로 승리, 개막 2연승에 성공했다. 경기 뒤 만난 양현종은 황성빈에 대해 "순간 의식도 되고 신경도 쓰였다. 난 황성빈 선수의 플레이가 당연히 그런 선수라고 생각한다. 투수를 괴롭혀야 하고 거기서 흔들린다면 그게 황성빈 선수가 할 일이고 임무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 양현종은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런데 5회에는 달랐다. 그는 "(방송에) 표정이나 그런 게 드러났지만, 작년도 그렇고 재작년에도 롯데 선배들한테 얘기 들어보면 황성빈 선수가 해야 하는 임무라고 하더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이 부정적일 거 같다. 그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그런 플레이를 한다는 거 자체가 트레이드 마크지 않나. 최대한 동요되지 않게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강조했다.
26일 롯데전은 양현종의 시즌 첫 등판이었다. 황성빈과의 심리전보다 더 중요한 건 경기 결과였다. 양현종은 "날씨가 추워서 전체적으로 몸이 좀 무딘 감도 없지 않았다. 밸런스나 이런 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던지면서 최대한 투구 수를 줄이면서 이닝을 많이 던지려고 했다"며 "최소 실점으로 던지면서 팀이 이길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