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 경기. KIA 서건창이 9회 1타점 적시 우전안타를 날리고 기뻐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함을 잘 안다. 경기에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의 방망이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7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서건창이 하위 타선 복병이 되어 준 KIA는 9-3 대승을 거뒀다.
서건창에게 3안타 경기가 낯선 건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시절 그는 주전 2루수였고 신인왕,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골든글러브도 세 번이나 받았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한 시즌 200안타(2014년 201안타)를 친 타자다.
하지만 이날 안타 3개는 특별했다. 서건창은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앞둔 2021년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됐다. 그해 부진했던 그는 'FA 재수'를 선택했으나 재기에 실패했다. 자진 방출 후 고향 팀 KIA에 왔으나 역시 생존 경쟁이 기다렸다. 주전 2루수 김선빈의 입지가 확고했다. 서건창은 백업 경쟁을 벌여야 했다.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 경기. KIA 서건창이 9회 1타점 적시 우전안타를 날리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2014년 MVP에 오른 서건창(넥센)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IS 포토 육성 선수로 시작해 리그 MVP까지 올라서 본 서건창이다. 그때처럼 다시 생존을 위해 나섰다. 이범호 KIA 감독은 내야 백업을 맡아야 할 그에게 1루수 훈련을 병행하게 했다.
서건창은 차츰 기회를 잡고 있다. 지난달 31일 두 번째 타석인 5회 이적 첫 안타를 신고했다. 곧바로 도루와 득점도 기록했다. 7회엔 볼넷으로 출루한 후 득점을 추가했다. 8회와 9회에는 연속으로 적시 2루타도 터뜨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서건창은 "한 경기 한 경기의 소중함을 잘 안다. 항상 '경기에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며 "내가 잘하는 건 나가서 열심히 뛰는 거다. 오랜만에 나다운 플레이를 한 듯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건창은 "첫 타석에서는 직선타(더블아웃)로 잡혀 내 표정이 약간 안 좋았다. 그런데 동료들이 나보다 더 아쉬워하더라. 덕분에 빨리 털어내고 다음 타석에 집중했다"며 "동료 내야수들도 (내가 1루를 맡으면) 정확히 던져주려고 배려하는 것 같다. (1루수가 송구를) 잘 잡아줄 때 고마움을 나도 알기에 어떻게든 잡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 경기. KIA 서건창이 5회 2사 좌중간 안타를 날리고 진루한뒤 2루 도루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서건창은 "KIA 선수들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항상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실패에 대해 그 누구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부분이 내게 굉장히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범호 감독님께서 그런 분위기를 정말 잘 만들어 주신다"며 "내 옆을 지나가면서 '파이팅'하시는 정도지만, 동료들의 마음은 느낄 수 있다. 그 세 글자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하던 대로 할 수 있게 집중하겠다"고 전했다.